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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다산의 말을 읽다

다산이 현대로 오셨다면 반드시 가르쳐 주셨을 자기 계발 핵심 요약서

by 김영신

<초역, 다산의 말, 정약용 원저, 민유하, 리프레시, 2025>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사상가인 다산 정약용의 철학이 들어있다.

지은이 민유하 님은 고전의 언어를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하는 작가다.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다산의 삶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기 계발 핵심 요약서 같은 문장이 가득 들어있다.


초역이란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고전을 지금의 마음으로 옮긴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은이 민유하 작가님은 이 책을 읽을 때 자신의 리듬에 맞게 읽고 생각에 머무는 깊은 독서를 하자고 한다.

이 책에는 4개의 커다란 꼭지에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마음 다스림, 배움, 말과 태도, 일상에 대한 철학이 들어있다.

첫 문장부터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산어록청상에 있는 말인데 다산의 문장이 어찌나 다정한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작은 풀도 제철이 되면 꽃을 피운다 / 다산어록청상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다. 흔적이 없어 보여도 괜찮다. 당신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의심하지도 말자. 남의 계절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만의 계절이 반드시 오고, 그 꽃은 반드시 당신의 색으로 피어날 것이다. 16~17쪽

사람은 하늘에서 각자의 뜻을 품고 내려온다 / 자찬묘지명
당신은 누군가의 기준을 채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나답게 산다는 건 세상과 부딪치지 않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뜻을 잃지 않는 삶이다. 흔들려도 괜찮다. 다시 당신의 중심으로 돌아오면 된다. 44~45쪽

진짜 배움은 삶을 바꾸는 데에 있지 않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데에 있다 / 다산시문집
배움은 외부의 성과가 아니라 내면의 감각을 바꾸는 일이다. 당신이 실망했던 그 순간조차, 배움은 조용히 당신 안에서 무언가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82~83쪽


그리고 이 문장에 나는 오래 머물렀다.


자신에게도 관용을 베풀 줄 알아야, 남을 품을 수 있다 / 다산시문집
스스로에게 따뜻해지는 연습이 먼저다. 위로는 외부에서 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에 건네는 작고 조용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내 말이 내 마음을 먼저 다독일 수 있을 때, 그 말은 타인의 마음에도 닿는다. 그제야 비로소, 그 말은 진짜 위로가 된다. 144~145쪽

행복 철학과 톨스토이의 따뜻한 철학도 느껴졌다. 어쩌면 진리는 같은 나무에서 핀 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학자로서의 매일의 삶을 살았다.


다산은 먼 곳의 가족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돌보았으며, 앎을 글로 남겨 학자로서의 삶을 온 생애로 살아낸 가르침을 주었다. 유배지에서도 가르침을 받고자 그를 찾아오는 많은 후학을 가르치고 제자들과 함께 책을 썼다. 초역으로 현대로 온 다산의 문장은 온몸으로 실천의 삶을 살아낸 스승의 마지막 수업의 말씀처럼 다가왔다. 마치 진정한 자기 계발서의 핵심 요약의 비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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