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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체감하는 날에 <고목 원더랜드>를 읽었다

by 김영신

<고목 원더랜드, 후카사와 유, 정문주 옮김, 플루토, 2024>를 읽었다. 말라죽은 나무와 그곳에 모여든 생물들의 다채로운 생태계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일 것이다. 나는 땅에 붙어서 사는 로제타 식물을 사랑하는데 그 땅에 더 밀착해서 심지어 땅의 모습을 이루는 생물에 대해 궁금함이 밀려왔다.

이 책의 지은이 후카사와 유 님은 생태 전문가다. 숲에 살면서 고목을 찾아 전 세계 숲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출간되지 않은 <버섯과 곰팡이의 생태학>이라는 책을 썼다.

책에는 2개의 큰 틀에 1부에서는 이끼, 점균, 버섯, 부생란, 동물들과 미생물과 세균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나무의 분해, 질병, 멸종, 생태계의 안정성, 갱신을 소개한다.

지난 30여 년간 농업 미생물은행(KACC)에서 곰팡이 자원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홍승범 박사는 이 책을 감수하면서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은 식물이라고 말한다. 식물이 토양 속에 있는 물과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이라는 유기물을 만들어 지구상 대부분 생물의 영양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목에 발생하는 여러 생물이 인간에게 끼치는 다양한 혜택과 지은이의 개인적인 경험이 섞여 있다. 책을 펼치면 틈틈이 찍은 사진이 읽는 자의 흥미를 돋운다. 에세이 같은 작가만의 기록이 세심하다.

가까운 숲에 들어가서 이끼를 찾아보면 의외로 흙 위에 자라는 이끼는 적다. 대부분은 도목이나 바위, 나무껍질의 표면 등 지면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자란다.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분이 모자라면 대사 기능을 떨어뜨려 휴면하고, 수분이 넉넉해지면 흡수해서 다시 살아나는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말라서 버석거리는 상태라도 물만 적셔주면 순식간에 흡수해 원래의 풋풋함을 되찾아 살아난다. 이끼는 대부분 질소고정세균과 공생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공기 중 질소를 조달할 수 있다. 28~29쪽

모든 생물은 어떻게든 궁리하고 살아남으려 한다. 그때 사용하는 것이 뇌일 수도 있고 뭔가 다른 구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만지면 잎을 오므리는 것으로 알려진 미모사 Mimosa pudica도 여러 번 만지면 무해하다는 것을 '학습'하고, 그 뒤로는 만지는 행위를 무시한다. 잠든 것처럼 보이는 씨앗조차도 이웃한 씨앗과 의사소통하면서 발아 시기를 조절한다. 지능이 인간에게만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면 지능을 메커니즘과 상관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넓게 정의해 보는 것도 좋겠다. 100쪽

좋은 연구는 세 가지 새로운 의문을 낳는다고 한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는 어떤가?'라는 생물지리학적인 의문, 진화 속에서 자리매김과 관련된 의문, 다른 생물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다. 136쪽


육상생태계, 특히 삼림의 경우는 다르다. 탄소는 수목의 몸 중 광합성을 하는 살아 있는 부분(잎)뿐 아니라 죽은 조직(목질)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 먹이 연쇄에서 고목이었던 탄소가 다른 생물에게 차례로 먹히는 과정이야말로 고목의 분해나 다름없다. 거대한 나무는 누군가에게 통째로 먹힐 수 없다. 흙 속에 장기간 저장되는 것이다. 다만 흙 속에 저장되는 탄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에 녹은 상태로 땅속 깊은 곳에 스며들기도 한다. 219쪽

나무가 살다가 쓰러지면 고목이 된다. 쓰러진 고목의 뿌리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고 사람들은 걸터앉아 휴식을 갖기도 한다. 생태계의 순환을 교과서로만 배우고 굳이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고, 약육강식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이 책에서 파고들어 가는 생명의 순환은 어렵고 낯선 것이었다. 이끼나 버섯을 지나 세균 및 나무의 세포와 탄소나 질소 같은 화학 기호에 닿았을 때는 더욱 그랬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서 나무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최전선의 보루와도 같다. 숲이 불타고 있어도 거목은 쉽게 불타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보았다. 나무의 내부에는 수많은 세포가 산소를 머금고 있어 쉽게 열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구는 이미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온도에서 이미 1°C 올랐다. 2025년의 현시점에서 바라보아도 생명의 존속이 불안하다. 오늘은 어류를 양식하는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수온이 너무 올라가 물고기들을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는 뉴스가 났다.


이 책을 읽으며 나무가 살아남아 지구의 생태를 지켜주기를, 나무가 죽어 고목이 되어도 그 분해 과정에서 작은 생명들이 함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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