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름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순간
누군가의 이름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순간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브랜드로 남은 사람들, 추동훈, 한스미디어, 2025>는 이름이 브랜드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세상을 바꿔놓은 기업가 22명의 브랜딩 이야기와 그 브랜드의 비밀이 삶에 근거해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지은 추동훈 작가님은 공학을 전공한 매일경제신문사의 신문기자다. 현재는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SBS의 <방과 후 목돈 연구소>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에 출연 중이며 지금까지 4권의 책을 출간했다. 작가님은 경제와 산업의 흐름을 취재했었고, 뉴욕 특파원 시절에는 월가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을 전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기계, 식품, 패션, 외식산업, 산업혁명, 일상의 새로움, 기술과 기록을 개척한 사람이라는 7개의 꼭지에 22개의 패러다임이 구체적이고 수려한 문장으로 나와 있다.
책의 주인공이 된 22명의 이름은 이미 생활에서 익숙한 물건의 이름이거나 상표다. 편리한 물건이나 상표가 창업자이거나 그 물건을 개발한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은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궁금해졌다. 나는 책의 표지를 느껴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엔 그들의 삶이 궁금해서 홀리듯 책을 펴고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헨리가 14세 되던 1876년, 그의 어머니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당시 멀리 외출 중이었던 헨리는 마차를 타고 집으로 오느라 어머니의 임종을 끝내 지켜보지 못했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일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수단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자동차를 필수품으로 만든 포드-42~43쪽
존 켈로그는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1875년 의사면허를 취득했고, 지역의 요양원을 평생 이끌게 된다. 켈로그는 환자들이 더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중 하나가 음식이었다. 보다 건강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씹기 쉽고 소화가 잘되는 아침 식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밀, 귀리, 옥수수 등을 혼합해 반죽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전분 성분을 첨가한 뒤 굳혀내자 먹기 쉬운 아침 식사 메뉴가 탄생했다. -시리얼 왕좌를 둘러싼 게임 켈로그 형제와 포스트-59쪽
배스킨라빈스의 성공에도 이면은 존재한다. 바로 두 창업자의 건강 문제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아이스크림을 사랑했다. 직접 제조하고, 시식하고, 손님들에게 나눴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가까이 둔 삶은 건강에는 이롭지 않았다. 버튼 배스킨은 비교적 이른 나이인 57세에 세상을 떠났다. 1967년, 매장 수가 500개를 넘으며 사업이 절정에 오르던 시기에 그는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끝내 숨졌다. 당시 그의 체중은 100kg이 훌쩍 넘어 있었다. 매일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게 운영과 시식회 참석 등으로 운동과 휴식이 부족했다. 가족과 동료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어바인 라빈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렸는데, 사업은 계속 이끌어나갔지만 건강 문제는 점점 심각해졌다. 존은 결국 막대한 상속권을 포기하고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설탕과 지방, 첨가물이 소비자 건강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아이스크림 제국의 상속자가 아닌 '식품 윤리'의 전도사가 되기를 선택했다.
-동전 던지기로 만들어진 '31가지 맛'의 제국 배스킨라빈스, 181~182쪽
누군가의 삶을 요약해서 전해 듣는 듯한 느낌으로 소설도 아닌데 생생한 장면이 들어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주인공들의 삶을 읽다 보니 그들의 성공에는 처음부터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강한 의지로 역경을 헤쳐나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히려 역경과 또 그 당시의 여건들을 기회로 삼아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도록 이끈 경우가 많았으며, 그들은 늘 가던 길을 간 것이 아니라 가고자 한 길을 꾸준히 걸었기에 브랜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를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에 관한 이야기다. 배스킨라빈스는 배스킨이라는 이름과 라빈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남자의 회사인데 이 둘의 관계가 처남과 매형이라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아이스크림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식품이라는 정확한 팩트를 행동으로 보인 창업자의 모습에 놀랐다.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다. 이미 부자로 태어났지만, 그 차세대 후손들은 아이스크림이 사람들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물러나 회사를 매각한 뒤 건강을 위한 홍보대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알았다. 부자가 부자를 낳고 또 그 후손을 낳아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있는 말이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브랜드의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그 이름보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선택했다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브랜드는 맨 앞에 드러나는 상표의 이름이다. 지금은 자신을 브랜딩 하는 시대, 자기 자신을 하나의 별처럼 빛나게 하는 브랜딩의 시대다. 사실 인간은 모두 각자 브랜드가 맞다. 모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의 삶으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특히 청소년이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