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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밝히는 여성의 정당성

by 황종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지만 여성은 오랜 세월동안 이미 돈을 중심으로 남성을 선택해왔다. 이런 여성의 심리를 세속적이니 물질주의라고 비판 할 수 있을까? 남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쁜 여성을 선호해 왔다. 이를 비판 할 수 있을까? 자본이 삶에 좀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시대가 되다보니 여성이 돈을 밝힌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는 이미 오래전 부터 존재해오던 여성의 심리이다. 원시시대에는 힘쎈 놈을 선택했고 고대에는 신분이 높은 남성을 선호했다. 즉 힘과 사회적 지위가 여성에게 생존과 종족번식의 가능성을 높여주기에 이런 선택을 하는 심리가 발전하게 된것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굳이 한번 더 생각해보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자본을 중요시하는 태도가 비난 받아야한다는 사회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돈보고 하는 결혼, 돈만 밝히는 여자, 나이든 부자남과 결혼하는 젊은 여성등 우리 사회는 이런 여성의 선택을 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물론 이런 사회적 비난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혼하고 아이둘을 키우는 돌싱여성은 반드시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는 본인의 생존 뿐만아니라 소중한 자녀의 생존까지 달린 문제이다. 자식의 생존을 위한 어미의 선택을 누가 비난 할 수 있겠는가? 이건 아주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결정인데 여기에 반대하는 이념이 하나있다. 바로 낭만주의다. 낭만주의는 인류사에 등장한지 20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인류가 수천년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로멘틱한 사랑이 알려지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낭만주의의 영향은 인간의 이상주의와 더불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선택에 비합리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극단전인 예로 사랑스러운 능력없는 남자와 사랑스럽지는 않은 능력있는 남자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MBTI유형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도있고 낭만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여전히 사랑을 선택할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둘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분석적 사고를 위해서 극단적인 예를 놓고 고민해보자.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럼 합리적인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질문도 할 수 있다. 삶은 때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이 먼 훗날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보편적이지 않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나의 선택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선택에 가깝게 하기 위함이다. 원시시대의 여성은 분명 능력있는 남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가족에게 사냥감을 물어다주고 적으로 부터 보호해주는 힘쎈 남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선택은 21세기 자본주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간의 진화 심리학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형성된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라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 심리는 여전히 동일하다.


물론 돈이나 능력이외에도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정서적교감, 배려심, 지적능력, 가정을 위한 헌신, 배우자에 대한 성실등. 하지만 이런 특징들보다 중요한 건 자본이 가져다 주는 안정감과 생존가능성이다. 이 모두를 가진 상대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나름데로 포기하고 절충해서 상대를 결정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건 경제적 능력이 된다. 이런식의 사고 방식을 지나친 유물론적 사고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인간은 몸을 지닌 존재이고 삶은 물질의 풍요 없이는 행복해 질 수 없다. 낭만주의는 인간의 상상속에서 행복을 준다.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이데올로기다. 이 자체를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낭만주의에 빠져서 평생을 불행하게 살게 된다면 이런 생각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아름다운 연애를 많이 했지만 결국 다 실패한 사람으로 살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삶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모든 건 다 주관적 선택이고 해석이다.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성이 경제적 능력을 선호하는 심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 동안 우리사회가 돈을 밝힌(?)여성이라는 비난을 가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똑같이 남성에게도 얼굴과 몸매만 밝힌남성이라는 비난을 가해야한다. 이건 세속적인문화나 물질주의와는 다른 생존을 위한 본능적 심리인것이다.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환경속에선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서 고려해야할 한가지 사회적 문제가 있다. 그럼 이쁘지 않은 여자나 돈 없는 남자는 어떻게 해야하나? 평생 짝 없이 혼자 살아야하나?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사람은 도퇴되어 왔다(Sexual Selection) 킷털이 아름답지 못한 숫컷공작은 짝짓기를 하지 못해 사라졌고 뿔이 튼튼하지 못한 숫사슴은 자식 번식을 하지 못해 결국 사라졌다. 잔인한 얘기같지만 이게 자연의 원리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 수 밖에 없다. 도퇴되는 관점에서 바라볼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여자는 매력자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남자는 경제적 능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게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이뻐지려는 여자의 노력을 자연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이고 돈을 벌기위해 열심인 남성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얘기하는 것은 경쟁에서 밀려난 숫사슴이 왜 뿔만가지고 난리야라고 불평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래서 자연의 원리는 냉정하다. 인간세상의 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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