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다시 본 이 영화가 요즘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이 단어가 상징적으로 잘 표현주기 때문이다. 제인 어스틴은 Sense보다는 Sensibility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나도 동의하지만 난 내 삶에서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주어지면 줄곧 Sense를 선택해 왔다. 분별력보다는 감각과 로맨스에 더 마음이 끌렸다. 누군가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결혼하기 좋은 여자보다는 연애하기 좋은 여자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이런 나의 선택은 사랑이 식거나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픔과 상처로 끝났었다. 그러다가 첫 결혼 때 난 Sensibility를 선택했다. 그리고 두 아이를 키우며 20년을 같이 살았다. 끝은 안 좋았지만 그런대로 행복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은 이런 Sensibility의 결과이다.
이제 두 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나에게 똑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그리고 나는 젊었을 때랑 마찬가지고로 Sense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선본 여성들 중에 나에게 호감을 보이고 나도 관심이 가는 여성이 있었다. 선이라는 자리를 통해서 생긴 만남이기 때문에 로맨스는 없었지만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 내내 처가댁과 장모로부터 무시를 받아왔기 때문에 난 이에 대한 상처가 있다. 사위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장모랑 사는 게 아니라 아내랑 사는 것이기 때문에 난 미국에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언제나 화목하게 사위를 좋아하는 집안을 보면 부러웠다. 물론 이런 점이 결혼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내가 한 여자를 선택한다면 그 여자가 사랑스럽기 때문이어야 한다.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난 이 여성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여성을 선택했다. 얼마 전에 SNS에서 알게 된 발레를 좋아하는 여성이었다. 그녀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아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름다운 여성의 몸선을 이용해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빠져버렸다. SNS에서 보이는 많은 이쁜 여성들에게 다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 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뭔가가 있었다. 마치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매일 춤을 추는 듯했다. 마치 내가 외로움을 잊기 위해 아침 일찍 책을 보고 음악을 하듯.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나만의 환상을 깨기 위해서라도 만나야만 했다. 거절당하면 정신 차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조심스러운 DM에 답을 했고 우린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 선을 보기 위해 방문한 기간 중 난 하루 시간을 내서 일본을 다녀왔다. 그녀가 일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만 보던 발레 하던 여성을 직접 만난다는 건 떨리는 일이었다. 긴자의 어느 호텔에서 긴장된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섰다. 두려워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는 너무 털털한 Korean Japanese였다. 그리고 우리는 늦게 까지 대화를 했다. 나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Sense를 선택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다. 역시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삶은 사랑하는 여성과의 로맨틱한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린 서로 교재를 하자는 무언의 허락을 한채 다음날 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마련해 놓은 다른 여성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이 약속들을 취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난 원래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녀 간의 감정은 알 수 없는 일이라서 난 주어진 여성과의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이때 Sensibility를 느끼게 하는 여성을 만난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들어주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었다.
연애는 타이밍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난 3일 동안에 두 명의 다른 여자를 만났고 그녀들이 나의 Sense and Sensibilty가 되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동경 근처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다. 나의 Sense를 만나기 위해 다시 일본에 왔다. 하지만 그녀는 무대 준비로 너무 바빠서 나에게 시간을 많이 내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무대를 앞두고 긴장하고 조심하는 상태였다. 누구랑 데이트를 할 상황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걸 이해했고 난 그녀의 바쁜 일상이 지나가길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기다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혼자 덩그러니 호텔에 남아 식사를 해야 했으며 그녀에게 방해가 될까 봐 문자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면 약자가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미국집을 떠난 지 거의 2주가 되어가고 난 그동안 계속 호텔에서 혼자 지냈다. 책을 보며 기타 연습을 하는 게 미국에서의 나의 모습이랑 닮아 있다. 난 이렇게 사랑하는 여성을 찾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뎌 내고 있다.
어쩌면 난 모든 걸 놓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국은 너무 먼 곳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모든걸 포기하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마음이 좀 더 단단해져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일본까지 왔다. 한국에서 5명의 여성을 만나면서 배운 게 많다. 이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끝나고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나의 정원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매번 마음이 단단해져 가는 나 자신이 싫다. 로맨틱한 사랑이 이루어져 남은 일생을 같이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꿈인가? 나는 왜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Sense를 선택하는 걸까? 제인 어스틴은 우리에게 Sensibility를 선택하라고 말하지만 어리석게도 난 다른 선택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