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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것이 살아남는다.

내가 곰을 좋아하는 이유

by 까만곰

"엄마는 왜 곰이야?"

"귀엽잖아."


나는 귀여운 것이 좋다.

보고만 있어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도, 귀여워지고 싶었다.


이런 나의 귀여움에 대한 애정을 정당화해주는 책 구절을 발견했다.

"진화학자들에 따르면 인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귀여워지는 쪽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중략) 우린 귀여운 생명체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중략) 생존이란 관점에서 귀여움이란, 천하무적의 창이다."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이 책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서 귀여운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불안하고 팍팍한 일상, 잔뜩 긴장한 채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귀여운 것들이기에.


귀여운 것들의 힘을 알게 되니 주변 풍경이 사뭇 다르게 보였다. 치과 대기실에 놓인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산타모자를 쓰고 있는 소파 위 쿠션들, 그리고 배고프다며 간식 사달라고 징징대는 아들까지.

"귀엽네!"


미처 몰랐던 귀여움을 발견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치과가 카페처럼 느껴지는 마법! 심지어 아들의 퉁명스러운 목소리도 기분 좋은 메아리로 다가왔다.

"진료 끝나고 엄마랑 따뜻한 거 먹으러 가자."

"저, 고구마 라떼 먹어보고 싶어요."

아들과 함께 찾은 카페. 여기도 귀여운 것 투성이다. 커다란 액자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 다람쥐를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고구마라떼 한잔에 늦가을의 추위도 하루의 피곤함도 녹아내렸다.


귀여운 것들은 그 후에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특히 많이 출몰하는 곳은 학교 교실.

수업 시간 내내 조용히 딴짓하는 아이,

바닥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아이,

매일 지각하는 아이까지...

답답했던 아이들이 귀여워 보인다.


'이 정도면 중증인데.'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웃을 일이 늘어났다.

귀여운 것들이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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