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얼어붙을 때까지
"엄마, 어디예요? 언제 와요?"
"운전 중. 차가 막히네."
"거기도 눈 와요? 여기는 쥐똥만 한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정말? 여긴 아직 안 와."
집에 가까워지니 작은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했다. '정말 눈이 내리려나?'
차에서 내릴 때쯤엔 굵어진 눈이 펑펑 쏟아졌다. 귀여운 쌍둥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주차장을 가로지른다.
"눈오리! 눈오리! 눈오리!"
눈이 오면 마냥 신나는 아이들. 심란한 부모님의 마음은 알려나?
우리 집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 두 명이 있다.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보챈다.
"엄마, 눈싸움하러 가요."
'아, 방금 들어왔는데.'
내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스키장갑을 찾아 끼고 부츠를 찾아 신었다. 첫눈이 함박눈이라니! 애들이 흥분할 만하다.
공원에 가자마자 눈을 모아 뭉치는 아이들. 미니 눈사람 정도는 뚝딱 만든다. 옆에서 커다란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더니 욕심이 생겼나 보다. 더 큰 눈사람 만들기에 도전! 허리 한번 안 펴고 얼마나 열심히 눈을 굴리던지.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엄마, 이거 운동되네요."
눈사람을 만들고 눈뭉치를 던지고 허공에 눈을 흩뿌리면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한참을 공원을 돌며 놀다 돌아오니 딸이 만든 눈사람에 눈코입이 생겼다. '어떤 천사가 만들어준 걸까?'
동생이 만든 눈사람을 내년 봄까지 보관하겠다는 아들. 양손에 눈사람을 올리고 조심조심 걸었다. 놀 땐 몰랐는데 손끝 발끝엔 이미 감각이 없는 상태. 얼른 집에 가서 몸을 녹이고 싶건만 붕어빵 가게를 그냥 지나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추운 날 꼭 줄 서서 붕어빵을 먹어야 해?"
"그러니까 먹어야죠. 첫눈 온 기념으로."
다들 같은 이유였을까? 한참을 기다려서 붕어빵을 살 수 있었다. 한 손에 붕어빵, 다른 한 손에 눈사람을 들고 걸어가는 길. 뜨끈한 붕어빵을 들고 있으니 손가락 끝이 슬슬 녹는다. 기분 좋은 느낌~
몸이 좀 녹아서 그런지 안 보이던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눈이 쌓인 바닥에서 찍힌 빨간 도장. 첫눈과 단풍잎이라니~ 하얀 눈 위에서 보니 갈색도 노랑도 빨강도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탐스럽게 내리던 첫눈
꽁꽁 얼어붙은 손발
뜨끈한 붕어빵
하얀 눈 위에 단풍잎까지
시리도록 선명한 기억이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