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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낭독

지친 하루의 끝에서

by 까만곰

나에게 낭독이란 지친 하루의 끝에서 만나는 마지막 의식이었다. 잠드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던 것이 시작이었다.


"엄마, 책 읽어주세요."


수면독립에 성공한 뒤로도 딸은 매일 밤 책을 가지고 나에게 왔다. 엄마가 책을 읽어줘야 잠이 온다니 어쩔 수 없었다. 밤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려면 졸음이 쏟아지는 걸 꾹 참아야 했다. 책을 읽어주다 내가 먼저 잠드는 날도 많았다. 점점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버거워질 무렵, 낭독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듣는 것도 어색하기만 했다. 누가 좀 들어줬으면 했는데, 마침 책을 읽어달라는 딸이 반가웠다. 책 속 이야기를 딸에게 읽어주며 반응을 살폈다.

'어떻게 읽어야 전달이 잘 될까?'

매일 들어주는 애청자 덕분에 오늘 밤 낭독연습도 성공예감이다♡


"예쁜 딸, 들어줘서 고마워. 엄마 오늘도 힘낼게!"

이제 저의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여름, 어색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낭독회를 마쳤다. 하필이면 가장 자신 없었던 종결어미 '요'로 쓰인 문장이었다. 연습하면 할수록 꼬이는 혀를 풀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는데....


벌써 두 번째 낭독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 '나에게 낭독' 책이 문득 보고 싶었다. 내가 밑줄 쳤던 수많은 문장들 중 하나.

"낭독을 하면 묵독을 할 때보다 글에서 더 섬세한 감정이 느껴진다. 글이 내는 향과 정서도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느껴지는 호흡도 소리 내어 글을 읽을 때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맞다. 바로 이게 낭독의 매력이었지! 그래서 혼자 책을 척척 읽는 아이가 잠잘 시간만 되면 아직도 책을 읽어달라고 하나 보다. 아무리 피곤해도 책 읽어 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자! 낭독 연습 한다고 생각하고 정성스레 읽으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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