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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것은 아름답다

Jailbreak

by Jimmy Park

“Leadership isn't about being in charge, it's about serving with humility.” (Simon Sinek)


외부에서 나쁜 뉴스가 들려올수록 오히려 내부에서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내가 거의 17년을 다녔던 LG는 좋은 회사다.

오랜 라이벌 삼성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지금까지 왔지만

LG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인화'가 있었다.

LG는 '인화'를 중시해서 임직원과 고객들을 배려하고

사회에도 착한 일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LG에도 약 10여 년 전에 유행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독한 인재"


삼성이 급격히 치고 올라가면서 휴대폰도, TV도 세계 1위를 차지하자

LG의 내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 착하기만 해서는 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착해 빠진 인재 말고 독한 인재가 되라고 했다.

회사 분위기가 그렇게 잡히자 먼저 리더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존경받는 '덕장' 보다는 싸움닭 같은 '용장'이 등용되었다.
내외부적으로 조금 욕을 먹고 구설수에 오르더라도

오히려 위에서는 깡다구 있게 잘했다는 칭찬 분위기까지 감지되었다.
그러자 그 리더의 기분을 살피는 중간 관리자가 나타났다.
거대한 조직이만 분위기가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그런 기조는 몇 년 가지 않았다.

회사의 원래 철학대로 고객을 가장 우선시하고 임직원들을 존중하며

사회적으로도 착한 기업으로 다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삼성처럼 가파르게 성장하지는 못했어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여 시간이 갈수록 저력을 보여주었다.
밖에서 본 LG는 오히려 점점 더 자랑스러운 회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독한 인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참 어려웠다.

'독한'이라는 단어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왠지 회사에서는 착하고 선하게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

'나쁜 남자' 같은 리더가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나쁜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만
잘 하는 건 나중에 보이게 되니, 당장은 나쁘게라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회사는 '실력 있고, 강단 있게'를 기대했을지 모르나

멤버들에겐 '예의 차리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말고'로 들렸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금방 눈에 띄었다.


요즘 전 세계의 리더들을 보면 그때의 '독한 인재'가 떠오른다.

회사들도 그렇고, 나라들도 그렇다.

사람들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설득하기보다는

깔아 뭉개고 내 뜻을 관철시키는 힘 있는 사람이 멋진 리더처럼 되었다.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밤에 잠을 잘 잘까?'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길게 보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리더를 만드는 힘은 멤버들에게서 나오고, 멤버들은 금세 알아 챈다.

세심한 것까지 고려해서 좋은 방향을 밀어붙이고 있는지,

아집에 빠져 자기주장만 관철시키고 있는지.

짧게는 여러 번 속일 수 있고, 길게도 한 번은 속일 수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성공은 잔인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잔인해진다고 해서 더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서 괴물이 될 필요는 없으며,
성공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존 아메이치, "거인의 약속" 中에서)


난 만화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만화가 하나 있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대사로 알려졌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따로 있었다.


"강한 것은 아름답다."


어렸을 때부터 난 이 말이 근사하게 들렸다.

강한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약자를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실력이 없는 사람도 도움을 주어 성장시켜 줄 수 있고

사정이 딱한 사람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며

가진 것 없는 사람도 따뜻한 눈빛으로 용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면 '비굴'이라고 부르지만

강한 사람이 고개를 숙이면 '겸손'이라고 부른다.


겸손한 강자가 되어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리더가 되고 싶다.

'독한 인재'가 아닌 '강하고 겸손한 인재'가 되고 싶다.


(Leader,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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