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게 혼자되기
못생긴 나의 시절을 어떻게 아름답게 포장할까
20대 때의 건강한 몸과 영원할 것 같은 패기로 나는 내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결혼도 뭐, 못 할게 뭐가 있어.
마음 어딘가에 장애가 생겼던 것 같다.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마음과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
'나는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고, 내 앞길 알아서 잘 정하고 잘 수행하고, 어디 가서 일 잘한다는 소리만 듣고 잘 한다는 말만 들어서 나는 다 뭐든 잘해'라는 쉽기만 했던 인생의 한 챕터가 강하게 한 방 맞고야 말았다.
생존의 세계에 갑자기 제 발로 들어서게 된 나는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만 봤고 모든 상황을 계산적으로, 보수적으로 보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내 입장에선 남편도 못 믿겠고 돌아갈 구석은 없고 극도로 예민해져서 아무도 날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이 불안한 마음을 꼭 누군가와 공유를 해야만 했다.
그 순간 만큼은 그래도 별 걱정 없이 시간이 잘 지나가니까. 내 시간을 지나가게 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지금도.
이 못생긴 나의 시절을 어떻게 아름답게 포장할까. 내 본능이 나를 속이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공유가, 소통이 그리운 나머지
'이혼 이야기 안 하고 사는 사람 없어. 다 속 얘기 털어놓으면 우리는 그래도 양반이야.'라는 정신승리의 시간이었던 건 아닌지. 나를 정확히 마주하지 못하는 그저 말만 많은 아줌마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나의 독립이라고 남들보다 유독 힘든 것은 아니고 나의 이별이라고 남들보다 더 슬픈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는 갈팡질팡만 하면서 선택도 못하고 집중도 못하는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에 나도 지쳤고 그도 지쳤다.
수만 가지 상황과 이유가 있지만 그것들은 그냥 소소하고 웃긴 에피소드로 남겨두는 게 맞다.
네가 내 인생에 들어온 게 아니고 내가 선택하고 내가 너를 내 인생에 들였다.
20대 때의 나 자신에게 주입했던 것만큼 지금의 나는 독립적이지 못하다.
혼자 되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완전히 독립됨으로써 부모님 또한 자녀 교육으로부터 졸업시켜드려야 한다.
나의 취미를 찾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나다운 생각을 하고 그 생각 속에서 흐릿하더라도 광범위하더라도 내 의미를 찾아야 한다.
누가 옆에서 나를 못살게 굴어서도 아니고, 환경이 어려워서도 아니다.
내가 회피해서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