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는 못된 말들을 주고받고 나선 정제된 사람이 되고자 비난은 멈추고 온갖 산수를 시작한다.
맞는 논리, 이성적인 대화이지만 사실은 몰아치는 감정을 바라볼 자신이 없는 나머지 행정 처리 뒤에 숨는 외면이다. 솔직히 생각해 보자면 이 모든 문서 작업이 끝나고 마냥 가벼울 것 같지는 않다. 아침과 밤의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그에 대한 생각이 연민과 증오를 오가는데 어떤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서로를 용서하지 못했고, 잘해보고자 서로를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멀리에서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복잡하고 미운 부분을 발견하고는 왠지 모를 배신감에 미움은 더 커졌다. 결국 나의 길은 나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고 상황은 조건일 뿐이었다.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이 때문인가.
주어진 삶이 아닌 선택한 삶, 결혼.
다툼에 지칠 때면 우리가 너무 열정적이라 그런 거고, 당연한 과정이라고 했던 우리 스스로를 위로했었다.
결국 그 위로들은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한 정신승리의 말이 되었다.
이혼을 맞이하고 보니 이혼이 어려운 게 아니라 혼자가 되는 게 어려운 것이더라. 빨리 이 시간을 넘기고 싶은 마음에 다음 미래를 꿈꿔 볼 때면 온전히 혼자가 먼저 되어보고 그 다음 인연을 이어가야지 생각을 해본다. 몇 해전 나는 혼자 일어서지 못했고 무언가에 의존하는 마음과 내가 살던 대로 살고 싶은 관성들이 섞여 있었다. 결과가 좋기는 힘든 상태. 나를 잘 알고 있다는 자기 확신에 차 있었던 때.
하지만 생각은 점점 많아지고 그래서 글을 쓰게 됐다.
그리운 시절을 자꾸 현실로 소환하려고 하는 이유는 어떤 미래의 나도 과거의 내가 가지고 있던 결의 행복은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됐다. 그때의 나는 틀렸었지만 더 행복했었다. 더 많은 것을 겪을수록 새로운 결의 안정과 행복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은 그 가치만큼 어렵고 아파서 그냥 이 인연의 끝을 영원히 보류하고 싶다.
그냥 어른이 안 되더라도 사랑도 마음껏 증오도 마음껏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