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Jangs Mar 23. 2024

일단, 써보려고.

일상의 기록; 기억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친구를 맺고 맞팔을 하고 DM을 보내고 좋아요를 누르고 이런 게 대충 어디서 뭐 하는 건지는 알지만 나는 그런 모든 활동들이 좀 뭐랄까..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내게 익숙한 공간에서 아무 구애도 받지 않고 있어야 '쉬는 것'이지, 누구랑 뭘 해야 하고, 아니, 뭘 하지 않아도 같이 있었다면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신경'을 썼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누구랑 연결되어 있는 것"이 싫어서 SNS도 싫은 거다. 

이런 나의 MBTI는 정말 어이없게도 ENFP이다.

짜증 난다. 할 때마다 그렇게 나온다. 물론 E가 1점 더 높아서 I가 아니라 E가 되었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 덧붙이지만 암튼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에 와서 휴대폰을 개통한 첫날, 당시 8살 6살이던 우리 아이들이 엄마 폰으로 자기들의 셀피를 찍어둔 이후로 SNS에 취미가 없던 내가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했다. 순전히 기록용이라 모든 글은 다 '나만 보기' 상태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후로 꾸준히 미국생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때그때 찍은 사진과 그 아래의 짧은 설명글을 그저 조금조금씩 올려둔 것뿐인데 이게 참 너무 귀하다.

30대 후반에 나이 탓을 하기는 좀 너무 염치가 없고, 그냥 원래부터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라서 기록하지 않으면 내 지나간 시간들을 도무지 정리하거나 추억할 수가 없다는 걸 안다. 


얼마 전, 잠들기 전에 뭐 읽을만한 거리가 없나 하면서 이리저리 단편소설들을 뒤적거리다 브런치 연재소설 키워드를 발견하고 어찌어찌 타고 들어가기까지 해서 후로 두 명의 작가의 글을 팔로우하며 보기 시작했다.

한 작가는 매일 글을 올리고 한 작가는 매주 목요일 단편소설을 연재해 준다.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해서 기다리다가 나도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일단 써보려고 한다.   

10편만 딱 써봐야지 그리고는 연재도 해봐야지 

약속을 하고 글을 올리는 작가가 되어보고 싶어 그래서 일단 한번 써보려고. 그런데 뭘 쓰지? 

일상의 소소한 것들, 내게 행복을 주는 것들, 우리 부부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 결국 내게 맞닿아있는 아주 가까운 것들을 써 내려가고 싶다. 내 마음이 거기에 있으니까 


아직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태어나지도 않은 글이지만, 너무나 소중하다. 지금은 나만의 것인 그 행복한 기억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닿아서 그들에게도 행복감을 주고, 그 길로 자신들만의 행복을 또는 잃어버린 행복을 되찾는 여정을 떠나기를 꿈도 야무지게 바래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