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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Nov 23. 2024

똑똑, 계세요? 청설몬데요 (1)

혹시 댁에 견과류가 좀 있으신가 해서요

바깥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시카고의 긴 겨울이 이제 시작되려 한다. 11월 말이니 그래 그럴 때지. 아기랑 매일 나가던 동네 산책을 이젠 못 나갈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뒤뜰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다.

음?

그러고 보니 뒤뜰 나무 위에 제법 크게 있던 청설모 가족의 둥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된 일이지?

중앙 위쪽에 둥그렇게 보이는 뭉치가 청설모 둥지다.

얼마 전, 매 한 마리가 우리 집 뒤뜰과 머지않은 곳에서 무언가를 사냥해 식사하는 모습을 봤는데..

설마 점심으로 청설모를 먹고 있었던 건가.. 그렇다면 그 애우리 집 뒤뜰에 살던 그 애는 아니었을지 궁금하던 차였다.


가까이는 못 가고 첫째가 줌 땡겨서 찍었다

그나저나 매라니..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과의 만남에 매번 신기할 따름이다.

미국  교외 생활에서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이벤트다.

작년 12월에는 뒷 뜰 창을 통해 유유히 지나가는 여우 세 마리를 보고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지. 

(그때 한번 보고 지금까지 못 봤으니 호들갑 떨 일이 맞았긴 했던 모양이다.)

세 마리가 우리집을 지나쳐서 지나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날도 7개월  아기랑 집 안에서 하루종일 평화롭고도 격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기를 보행기에 태워놓으면 한 30분은 신나게 밀고 다니면서 잘 탔는데 요즘은 점점 보행기 러닝타임이 짧아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자꾸 보행기를 내쪽으로 밀고 들어와 자기를 안으라며 채근하신다.

아기의 칭얼거림이 더 이상 못 들은 척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아이를 안아 들고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창밖을 쳐다보며 여기 봐라 저기 봐라 하기도 하고, 산책하던 강아지랑 Hi 하기도 하고 그러다 청설모 한 마리가 서성이기에 "다람쥐야(ㄴㄴ청설모다) 이리 와" 하면서 베란다 유리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우리 아들은 9kg, 나는 39세다. 힘들다)

청설모가 쪼르르르 코앞까지 와서 문에 두 손을 대고 섰다.


져기요.. 혹시 저 부르신거 같은데..
아니 뭐 예 . 오긴 왔는데
혹시 뭐 주실거라도 있으신건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서서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뭐라고 주고 싶어 진다.

가만있어봐.. 믹스넛 있다!!


 엄마! 이거 청설모 주세요!!

아이를 보행기에 앉혀놓고 나는 얼른 부엌으로 가 팬트리에서 애기아빠가 부지런히 사다 먹는 코스트코 언솔티드 믹스드 넛(광고 아님. 근데 맛있음)을 꺼냈다. 넛을 한 움큼 집어 문을 열고 청설모에게 주려는데 약간 갈등이 된다. 우리 집으로 튀어 들어오면 어쩌지?




-내용이 길어져서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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