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기록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부대끼며 일을 하는 직업인지라 하루에도 수많은 종류의 감정들이 오고 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인간인지라 몇 마디 해보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꼭 맞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가족도 있고,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방패를 내려놓고 그 누구보다도 마음을 훤히 열어주는 가족도 있다.
알고 보면 아픈 아가를 돌보느라 당신 마음 아픈 줄 모르고서 그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참 많다. 마음을 처음부터 열었든, 시간이 지나 열었든, 끝끝내 열지 못했든 다들 마음이 아프고, 그 아픈 마음은 당신들 탓이 아니니 어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머리로도 알고 있고, 대부분의 시간에는 마음으로도 알고 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항상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만다. 가시 돋는 말로 나를 구석에 몰아세우려 할 때면 나도 사람인데 왜 내게 상처를 주시는 거냐고 말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러지 못하고, 그래서도 안 되니 조용히 숨을 가다듬는다. 많이 속상하셨겠다고, 진정하시라고 토닥이며 덩달아 가빠진 내 숨을 고른다. 그렇게 서로 진정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몇몇 분들은 아까 미안했다며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같은 상황이 몇 번 더 반복되고 나서야 마음을 여시곤 한다.
그렇게 겉으로는 침착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차분하게 지나가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동요된 것은 내 마음이고, 정신없이 펀치를 맞은 건 내 멘탈인 것을 나중에서야 안다. 처음에는 어딘가 모르게 속상하고 억울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펀치들이 나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날아오는 펀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차차 역치값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에는 더 큰 생채기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간호사인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다져보려 한다.
/ 간호사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