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기록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감사할 일이면서도 동시에 무척 괴로운 일인 것이다. 특히 나 같이 무엇이든 좋다고 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건 그저 고역일 확률이 높다.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됨으로써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다른 옵션을 미련 없이 그대로 두어야 하는 아쉬움을 토닥토닥 달래는 중이다. 그러는 통에 사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태이고.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이고, 어떤 일을 계속해서 할 것이며, 어떤 일은 그만둘 것인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큰 줄기가 뻗어가는 방향은 어디인지를 보고 싶은데 보고 싶다고 보이는 게 아니니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다. 눈을 희미하게 뜨고서 저 멀리를 바라보기도 하고, 있는 힘껏 크게 뜨고서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하지만 모르겠다.
아빠는 그 선택지들을 내 곁에 띄워 놓고 평소대로 내 할 일을 하며 지내다 보면은 내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있다거나,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진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 보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는 중이지만 사실은 효과가 있다고 하기도 없다고 하기도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선택지에 대해서는 포기 비슷한 마음이 들어서 이건 아닌가 보다 했는데,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욕심 같은 것이 스멀스멀 올라와 붙잡고 싶어 한다. 그래서 헷갈려하는 통에, 애초에 제쳐뒀던 선택지가 내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 한 마디로, 깔끔하게 하나만 남는 과정이 아니라 이것저것 수면 위로 올랐다 잠겼다 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하는 중이다.
병원을 그대로 다니면서 내년에 대학원 진학을 할 수도 있고, 병원을 그만두고 우선 몇 달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병원에 들어올 수도 있고, 병원을 그만두고 코이카에 지원해서 환경을 바꿔볼 수도 있고, 아니면 독일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할 수도 있다. 혹은 앞서 언급한 그 어떤 것도 아닌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불과 몇 달 후에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 오늘 바로 지금의 나는 종잡을 수가 없는 상태이다. 많은 것이 불확실한 이 와중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보다 지혜로운 선택의 과정을 거치고 있기를 바란다는 것.
/ 스물일곱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