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내용의 알림이 왔다. 문득 마음이 찔려서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고 노트북 앞에 앉은 것은 안 비밀이다. 그래도 쓰지 못하는 대신에 읽기는 그럭저럭 했다. 내 독서에 대한 기록도 조만간 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친절한 브런치 씨, 실은 제가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아이의 여름방학 때문이었답니다.워킹맘은 더욱더 동동거리게 만드는 자녀의 '방학'. 현재 휴직 중이라 난 일시적으로 전업맘 같은 느낌인데, 방학이 되면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시간은 훨씬 더 빠르게 휘발되어 버린다.
방학 중엔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아이의 개학만 기다린다는 전업맘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맘카페에서 흔한 우스갯소리로 '교사가 미치기 전에 방학을 하고, 엄마가 미치기 전에 개학을 한다'더니, 아이의 2학기 개학 후에 오랜만에 홀로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된다. 앗, 그런데 난 교사인 워킹맘이었기에 '늘 미쳐 있었다'는 깨달음(?)도 생기는데, 새삼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건 뭔가.
교직의 현실을 짚어보는 이야기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교사의 급여와 복지에 대한 것이다.
어쨌든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먹고사는 문제, 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근 몇 년 사이에 공립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은 급여 면에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불만족스럽다.
특히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많아진 경제 상황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저임금은 14.8%, 소비자물가는 14.5%가 상승하는 동안 공무원 보수는 절반도 채 안 되는 6.65%만이 인상되었다. (참고로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한 수준인 2.5% 였다.)심지어 코로나 시절에는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취지에서 임금이 거의 동결되다시피 했다.
결국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생활에서 경험하는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해 보면,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남편이 매년 하는 회사와의 연봉협상 과정을 보면 사기업에서는 물가상승분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 주는 편이었다. 이렇게 주변의 다른 직종에 비하면 공무원의 실질임금 감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자료 출처 : LawLeader로리더 (http://www.lawleader.co.kr) (2024.7.29. 자 기사)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안을 5급 이상 2.5%, 6급 이하 3.3%로 최종 결정한 가운데-참고로 이것은 권고안일 뿐 공무원 보수 인상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2025년부터 홑벌이 2자녀 공무원은 13년 차 7급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2025년부터 재산 최고 1억 1,900만 원 이하인 홑벌이 2자녀 공무원은 13년(7급)~19년(9급) 차까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수급자)가 될 수 있다. 공무원 7급 11호봉 기준 본봉에 시간 외 근무수당 정액분, 직급보조비, 성과상여금, 명절휴가비, 정근수당 등을 모두 더해도 수급자 소득평가액 기준 월 300여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사에 나온 월 300여만 원 월급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15년 차 교사인 내 급여도 이와 비슷한 탓이다. 우리 가정이 맞벌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교사 외벌이로는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는데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웠을 듯싶다.
난 교사로, 공무원 직을 선택하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은 당연히 없었다. 고소득 직이 아닌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그러나 온갖 학교 일에 학생,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나 민원에 시달리다 보면 '이 월급 받고 건강과 생존의 위협을 느껴가며 일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요새 교사들은 신체적인 건강 위기는 물론 각종 정신 건강의 위기와 아동학대 등 고소의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교사뿐 아니라 다른 공무원 직종도 비슷한 것 같다. 관련 기사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알 수 있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경쟁률은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낮은 처우와 과중한 업무 부담(민원인 갑질 등) 때문에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2024학년도 교대 입시에서는 수능 6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합격(정시)했다고 하니, 교권 침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이후 전국 교대의 합격선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수험생이나 취준생은 선택의 여지라도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가.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어려운 현실을 호소하면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이나 '꼬이직(꼬우면 일 그만두고 이직해라)' 같은 비아냥을 듣기 마련이라 씁쓸하다.
내가 학교에서 갑자기 현타가 오던 순간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수를 주문하려고 휴대폰을 터치하던 찰나였다.
혹시 서울시의 학교는 제대로 된 마실 물조차 주지 않는 직장이란 것을 아는가. 학교에서 물을 제공하긴 한다. 다만 서울시의 수돗물인 '아리수'만을 권장할 뿐이다. 창피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처음 듣는 건지 깜짝 놀라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물은 꼭 섭취해야만 하는 기본 물질이다. 수시로 강의를 하고 말을 많이 하는 교사에게 물은 목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가장 많이 마시게 된다. 직장에서 기본적인 양질의 물조차 제공해주지 않아, 사비로 생수를 꼬박꼬박 사 먹어야만 하는 것이 교사 복지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물조차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으로 먹는 상황이니, 복지의 다른 부분도 초라하다.
학교에서는 회식도 각자 돈을 내고 내돈내산으로 모임을 한다. 생수도 사 먹는 처지이니, 교무실의 커피 등 다른 간식이나 휴지 등 소소한 비품도 필요한 것은 내가 돈을 내고 사서 써야 한다. 법인카드와 탕비실 같은 건 없다.
매일 하는 청소와 분리수거, 쓰레기 처리, 매년 하기 마련인 짐 옮기기 같은 몸을 쓰는 일도 학교에서는 용역을 쓰지 않으니 모두 다 스스로 해야 한다. 간혹 교직원용 식당이나 교직원용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매일 학생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밥을 먹어야 하거나, 학생들의 눈치를 보면서 식후 양치질을 하거나 용변을 봐야만 한다. (솔직히 이럴 땐 인권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학교는 교사에게는 직장으로 기능하는 공간인데 말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그때 교직 복지의 민망한 민낯을 알 수 있다. 나무젓가락 같은 장례에 필요한 기본 물품이나 근조화환 하나 들어오지 않아 눈물이 날 정도로 초라하고 민망하다. 장례와 관련된 물품, 서비스가 모두 제공되는 직장도 있는데 반해 상을 당할 경우에 해당하는 교직의 복지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망자께 죄송하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이다.
복지에 대해서는, 대기업이거나 대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의 다른 가족들과 비교하면 교직의 복지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기업에서는 삼시 세끼를, 원한다면 24시간 회사 식당을 개방하여 골라 먹도록 제공하는 간식류까지- 집밥보다 훌륭한 회사밥을(또는 식권이라도) 제공한다.(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회사는법인카드 등 직원들의 회식비를 당연히 별도로 책정하고 업무지원비도 충분하다. 사무실의 각종 비품도 제공하며 커피나 음료, 여러 가지간식을제공하는 탕비실도 운영한다.
가족들의 의료비 지원(건강검진도 제공), 경조사 지원(생일과 결혼기념일 축하까지), 상조비 지원, (요즘은 유치원비를 포함한) 교육비 지원, 다양하게 쓸모 있는 복지 포인트 제공 등의 복지 제도가 아주 잘 되어 있다.
교사로 일하면서 나는 학교 일 때문에 긴급하게 야근을 하며 특근매식비를 허락받아도 저녁 식사비에 사비로 보태어야만 밥 한 끼를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육 활동에서도 식사비, 간식비로 책정된 교육 예산이 비현실적이어서 요즘 외식 물가 하에서는 어떻게든 다른 비용이라도 요령껏 끌어오거나 교사의 사비를 추가로 더 들여야만 그럭저럭 운영할 수 있었다.
교사의 업무와 학교 교육 활동에 있어서도 예산 책정이 이런 지경이니, 하긴 교사의 복지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진로 고민을 하면서부터 교직의 이런 면모가 뚜렷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