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

by 난척선생

하루하루 나이가 들고 있다.

요즈음은 나이가 드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마치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내겐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시시각각 늙어가는 것이 보이고, 세월 혹은 시간의 흐름이 문득, 그냥,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사오월 나뭇잎들이 불쑥불쑥 변하는 걸 보며 시간의 흐름을 지각하기도 한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미세한 시간의 흐름마저 감지되는 듯하다.

아무튼 나이가 드니 고집과 집착이 줄어들면서 특별히 좋거나 싫은 사람이 없어졌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사람 몇몇과 꼴 보기 싫은 사람 한 명 정도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때에 따라 적당히 좋거나, 적당히 싫거나, 아니면 그저 그런 사람들이다.) 내 기준의 폭을 넘어서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모르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내가 모르는 어떤 이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버린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은 특별히 없다고는 하지만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는 되도록 일정의 거리를 두려고 한다.

오십이 넘고 보니 스스로와 타인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럽고 너그러워진 듯하다. 이는 나이가 들어 좋은 점 중에 하나다. 타인을 대할 때 예전보다 유연하고 관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는,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쬐금' 성숙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숙하고 좀 더 어른다운 모습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타인과 부대끼며 여러 경험들이 쌓이고,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을 반복해 가다 보면

어느새 나이는 오십 줄에 들어서고, 문득 더 이상 스스로와 타인에 대해 무리하게 고집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을 대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타인에게 한발 더 다가서려는 마음이 모이고 모이면 비로소 사람은 어제보다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부담스러워진다. 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생각은 요즘 들어 더욱 또렷해졌다.

그럼에도 직장인이다 보니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과 상대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또, 주변 지인이 나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피력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돌아서서 속으로 하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다.

스스로는 상대를 좀처럼 이해할 수 없지만 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해 버릇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내 생각과 사뭇 다른 타인들을 보며 '그렇수도 있다'라는 속엣말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익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면

더군다나 세상의 이치를 모두 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을 되뇌어 볼일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


작가의 이전글개망초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