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업체의 이름이 키포가 된 이유
사업체 이름을 정할 때 처음부터 '키포'라는 이름이 떠오른 것은 아니다. 이 이름을 정하기까지 6개월 이상 고민을 했다. 첫 후보는 뚱자의 이름을 따서 뚱스기빙(Ddungsgiving),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자는 의미로 터틀 (Turtle), 강아지 발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아 보호(Boho) 등.. 여러 후보들이 스쳐갔지만 내 것이 아닌 것이 그러하듯 어딘가 부족한 것 같고, 끌리지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어떤 꿈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일어났을 때 강하게 남아 있던 단어가 키퍼(keeper)다. 폴 메카트니가 꿈에서 영감을 받아서 Yesterday라는 곡을 만든 것처럼 번개를 맞은 것처럼 이거다 싶었다.
언젠가 카누 커피의 이름을 정한 비하인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ㅋ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강하게 각인되고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였는데, 아마도 그 영상 때문에 나도 ㅋ으로 시작되는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꿈을 꾼 날 아침에 운명 같은 일이 일어났다. 출근길에 어떤 할머니께서 강아지 두 마리를 산책시키고 계셨다. 한 마리는 검은 강아지, 한 마리는 하얀 강아지였다. 느릿느릿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여서 할머니께 인사를 건넨 뒤에 강아지 이름을 여쭤보았다. 활발하게 냄새를 맡고 있던 검은색 강아지는 부시맨을 닮아 부시, 노견이 되어 눈도 보이지 않은 채로 개모차에 조용히 앉아있던 강아지의 이름은.. 바로 키퍼였다.
꿈에서 만난 이름.
그렇게 키퍼라는 이름이 나에게로 왔다. 일반 명사는 검색 엔진에서 상위에 뜨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보니 키퍼에서 조금 변형을 시킨 유니크한 단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keep (지키다) + paw (발톱)의 합성어 키포(keepaw)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넓게는 강아지 발톱뿐만이 아니라 동물권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문구처럼 내게 이름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것을 부를 때마다 왜 일을 시작했는지의 왜(why)를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뚱자를 만나고 사랑하게 된 이후로 길에서 만난 모든 강아지들이 나에게 영감을 준다. 운명처럼 이름을 정해준 키퍼가 그랬고, 실외배변을 하는 같은 아파트의 똘똘이가 그렇다. 똘똘이의 견주 분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인데도 똘똘이의 배변을 위해 밤이건 비가 오는 날이건 가리지 않고 나오신다. 매번 발을 닦이는 것이 힘들다며 뚱자의 신발을 신기하게 보셨다. 그래서 나는 그분께 "저.. 강아지 신발 만드는 사람인데요, 언젠가 꼭 좋은 신발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해버렸다.
강아지를 키우려면 사람도 편해야 한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기에 나는 그 삶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제대로 된 강아지 신발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매일 커진다. 더 나아가 강아지뿐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삶이 학대나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아지 입양 홍보>
* 다음은 동그람이 (인스타그램: animal_n_human)에서 그려준 일러스트입니다.
그림의 저작권은 동그람이에 있습니다.
* 내용수정: 치와와 & 빠삐용 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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