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기
나는 쇼핑몰을 운영한 지 17년 된 자영업자다. 그동안 해 온 일은 누군가에게 위임할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부담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욕심껏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그 이후 나는 매일 자기 전에 내일의 운세를 본다. 희망적인 말에 기대고 싶고, 그 말들로부터 힘을 얻고 싶어서다.
새 사업을 시작하고 나의 하루는 예상치 못한 난제들,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들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순간적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들도 있을 텐데 실수를 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을 만큼만 하기를 바랐다.
가끔 스스로도 '이렇게 많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루에 하지?'라고 생각할 때는 빠르게 우선순위를 매긴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 둘 해결하고 나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그렇게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높아 보이기만 하던 산이 조금씩 깎여서 오를 수 있는 동산이 된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다.
가끔 어떤 바람직한 일로부터 하기 싫음을 느낄 때 이런 방법을 쓴다. '내 안의 악마가 나를 성공이나 성장으로부터 멀어지도록 방해하는구나...' 그리고 순서를 정한다. 예를 들면 LP를 듣고 싶은데, 왠지 귀찮다고 느낄 때 마음속으로 번호를 매기는 것이다.
1. LP판을 케이스에서 꺼낸다.
2. 엄지와 중지로 지문이 최소한으로 닿게 든다.
3. 턴테이블의 커버를 연다.
4. LP바늘의 커버를 벗긴다.
5.LP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6. 바늘을 첫 번째 트랙에 닿도록 내린다.
복잡한 일이 한결 쉬워진다. 작은 일을 해결함에 있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우선 순서를 정하는 버릇을 들이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 앞에서 도망치지 않게 된다. 마음이 차분해진 상태에서 일을 해결할 수 있다. 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만큼 마음에 확신이 있는 상태였을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믿을 만한 것이 된다.
나는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한 편이다. 급한 성격은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는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습관이 나의 급함이 독이 되지 않게끔 도와주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를 보는 연습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를 지키는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