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성공한 사업가들은 그들의 후일담을 말하는 저서에서 위임을 잘해야 한다고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이런 비슷비슷한 글을 읽을 때마다 신물이 났다. 위임은 저절로 되나? 위임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위임을 잘해야 한다는 말 이전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위임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없었다. 자기 사업을 하려면 하나하나가 다 돈이다. 뭔가를 팔기 위해서는 원자재와 제작비가 든다. 물품을 만든 후에는 상표권, 디자인 출원에 돈이 든다. 물건 판매를 위해 공간을 빌리면 임대료가 들고, 온라인으로 판매를 할 때는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돈이 든다. 그러니까 사업을 하는 것은 뭐만 하면 다 돈이다.
위임이라.. 말이 쉽지 할 수 있는 건 직접 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시간을 팔고 싸게 사기 위해서 눈이 빠지게 당신 주위의 마켓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두 번째 사업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위임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어디까지가 할 수 없는 일인 지를 구분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보려고 혈안이 되었던 적이 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돈이 벌리는 시간보다 투자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낄 수 있는 곳에서 아껴보자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위임할 수는 없기에 스스로 해 보려고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고,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간은 돈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다. 내 시간을 들인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는 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홈페이지 제작으로 돌아와서> 일하는 시간을 쪼개서 코딩을 하는데 눈이 심각하게 아파왔다. 웹 디자이너들도 눈이 아파 외주를 받지 않는다는 현실을 실감했다. 그렇게 겨우 한 두 개의 버튼을 바꾸는데 결과물이 마음과 같지 않으니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다. 조금만 참고 한 달만, 딱 한 달만 해 보자. 했던 마음을 이틀 만에 접었다. 이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숨은 고수를 알려주는 앱도 있고,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는 능력자에게 의뢰를 할 수도 있다. 지인은 자신을 믿고 맡겼다는 생각에 더 진심을 다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관찰력과 인재 등용력이 필수적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친절해서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 관대하고 자신이 도움이 되는 일에 행복을 느낀다. 나도 그렇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능력 밖의 일을 구분하는 지혜야말로 위임과 시스템을 위한 초석이지 않을까 싶다.
부탁하는 것이 어려웠던 성격에서 이제는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을 시도한다. 집에서도 내가 다 하려 하지 않고 나보다 잘하는 남편에게 요리를 맡긴다. 나는 설거지를 잘하니까 그걸 하면 된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두는 것이야말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