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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무지개를 본다.

강아지 신발 공장을 찾으면서 느낀 점

by 윤영

강아지 신발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뭐였는지를 떠올려 본다. 그것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샘플을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 일은 미화되기 마련이라 그 당시는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어도 지나고 보니 직접 할 수 있었던 일들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땐 정말 막막했지'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신발을 생산할 공장을 찾는 것이었다.

첫 샘플

강아지 신발은 사람 손가락 하나 혹은개가 들어갈 정도로 작다. 작을수록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산비가 높다. 신생아 신발과 옷들이 성인 옷보다 비싼 이유와도 같다. (물론 아이 옷은 인증받은 친환경 소재 등, 성인의 옷보다 더 좋은 소재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소재의 차이도 있다.) 강아지 신발 공장을 알아볼 때 세 곳의 후보가 있었다.


1. 인스타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공장

알고리즘이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지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인스타나 유튜브에는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검색하는 곳들이 자연스럽게 광고로 떴는데 강아지 신발 만드는 공장을 찾아봤더니, 계속해서 공장 광고가 떴다. 그중에 작업물이 마음에 드는 곳에 연락을 해서 찾아갔다.


2.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공장

독서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김정은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였다. 공연이 끝나고 간단하게 차를 마시는 장소에서 지금 내가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공장을 소개해 주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던 신기한 경험이었다.


3. 자주 가는 곳 근처의 공장

주중에도 어머님 댁을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동네를 지나다 보니 작은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강아지 용품 대량 생산 가능'


그 입간판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했고, 사장님과 대화를 해 본 뒤 첫 생산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평소에 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 무심코 지나치던 것에 대해서 유심히 살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업물이 마음에 들어서 2차 생산까지 의뢰를 하게 된 지금, 이 공장을 알게 된 것은 어머님과 뚱자가 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가 있다.

1. 작업물의 퀄리티

2. 약속을 잘 지키는 것

3. 커뮤니케이션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고 지켜본 결과, 일단 계약금을 받고 작업에 들어가면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던가, 처음의 태도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신기하게도 많은 이들이 가까운 곳만 보고 먼 곳은 보지 못했다. 이런 경우 다음 작업은 같이 할 일이 없다. 또한 피의뢰인이 어떤 조건을 내걸고 - 예를 들면, 후기를 쓰면 작업 원본을 준다는- 제공하는 행위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건강한 후기 문화를 해치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언제까지 샘플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 그 기간이 되어 찾아갔더니 자기는 이런 걸 할 수 없단다. 그때 나에게는 시간이 금인 상황이었다. 찾아가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약속 당일이 되어서야 통보를 하는 태도를 보고 이 공장과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공장은 작업물도 괜찮고, 약속도 잘 지켰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있었다. 옷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이었기 때문에 신발은 다른 곳에 외주를 주는 과정도 생산 원가를 높였다.


세 번째 공장은 작업물이 괜찮고, 약속을 잘 지켰다. 커뮤니케이션이 100% 원활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사장님의 경청하는 자세가 좋았다. 사장님은 나보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인데도 언제나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대답을 하셨다. 그리고 목표로 하는 제품에 대해서 같이 발전시키려고 하시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두 번째 공장과 비교해서 생산 원가가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공장과 일을 하게 된 이유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사업을 시작하고 키워나가는 데에도 여러 사람을 거친다. 그리고 어떤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고비는 있다.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지개를 본다. 나는 그 무지개를 매일 보고 싶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의 모든 순간에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치열한 삶을 살고 있고, 그 어떤 이의 마음속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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