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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00일의 기록 69

기념일 반응

by 포근한 바람 Oct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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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 동안, 남겨진 가족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앓았다. 두통을, 체증을, 몸살을. 추석 내내 아파 기운을 못 내던 아부지는 아직도 몸으로 앓는 중이고, 기어코

“네 엄마가 나를 데려가려는가 보다, 꿈에도 보이더니.”

라고 말했고, 자식들은 몸으로 오는 갑작스런 증상들을 고스란히 겪으며 이런 일이, 있을 만도 하지, 주고받으며 그 며칠을 보냈다.


3주기여서일 거라는 건 내가 먼저 얘기했다. 기념일 반응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 해 그는 내내 시름시름 골골하다가 추석에 더 많이 아파졌고, 추석 연휴 끝에, 한글날이 지난 바로 다음 날 입원을 했다. 이 시기가, 우리 가족에게는, 그냥 아플 수밖에 없는 때라고. 그게 암인 줄도 모르고, 병원에서 별 거 아니라니까, 이런저런 약을 지어주며 노인에게 해주곤 하는 이런저런 처치를 하며 괜찮아질 거라고 했으니까, 그런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가 떠난 시기여서일 거라고. 원인 모를 체증으로 고생하며 끙끙거리는 엄마를 걱정스레 보는 딸에게 말했다. 이해하는 표정으로 끄덕이면서도, 엄마가 이 정도면 나는, 더 심하겠다, 고 말하는 딸.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보낸 사람의 몸과 마음이 다 이렇지는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래, 그 동안 오고 간 마음이란 게 있으니, 어쩌면 더 많이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때가 아직은 오지 않았으니.


그가 아픈 내내 병명을 모르는 채 매일을 보내면서 날마다 중얼거렸던 그 말.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결정난 게 없으니 오늘 할 일을 하자, 했듯이. 그 날이 오긴 올 터이지만 그 날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아주 먼 훗날일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 사랑하자, 고 딸에게 이야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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