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채우는 추억
/ 겨울꽃 김선혜
주름 가린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쓰고
마디 굻은 손으로 손녀의 편지를 읽으셨을 내 할아버지
하루의 기쁨과 위로가 되었을 내 이야기
작은 손으로 써 내려간 글자
작은 손으로 세었던 여러 날
여러 날이 지나고
서로의 말동무가 되어 마주하는 얼굴
읽고 또 읽어
손때가 잔뜩 묻어있던 편지더미가 있던 사랑방
지금은 내 편지도 할아버지도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나의 어린 날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기억은 살아가면서 마음을 지탱해 주는 지지대가 되어 잊을만하면 다시
떠올려진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그리운 이들과의 추억은 보이지않는 실로 연결되어 느슨해졌다 당겼다를 반복하고,
잊혔다 생각하고 살아가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 들은 또 다른 삶의 리듬이 되어 가늘면서도 풍부한 현 악기의 섬세한 선율처럼 마음을 울리고 채울 때가 있다.
#할아버지사랑방에있던내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