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몬 워킹맘의 여름
-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계절에 연연했던가?
늘 차를 가지고 다니는 나는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에어컨과 히터만 바꿔 키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네이버 날씨를 체크한다.
등원 전에는 오늘 이렇게 덥다고? 나시 입히려다 문득 며칠 전 하원 때 현관에 나온 아기의 살이 에어컨 바람에 차가웠던 게 생각났다. 그래 암홀이 크고 후들후들한 통기성 좋은 재질로 입히자.
등원시키고는 오전 일과 중 또 한 번 날씨 체크.
’ 이렇게 더운데 바깥놀이 나갔으려나?‘
하원 즈음, 끝나지 않은 날씨 체크. ‘하원하고 씽씽이 태워도 될까? 너무 덥고 지치지는 않을까?‘
아직 한 번 더 남았다. 9월인데 아직도 이렇게나 덥네. 오늘도 잘 땐 에어컨을 켜야 할까?
본래에도 내 성격은 걱정과 쓸 데리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전에는 무언가 뭉텅이의 피상적인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걱정고객의 ‘segmentation'을 통해 전략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 땀 흘릴 일 없던 엄마는 한여름 무더위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특히 아기 활동이 많아지고 잘 걷고 뛰게 되며 하루 일과 중 바깥놀이는 빼놓을 수 없게 됐다.
특히 두뇌 발달이 활발한 지금 시기에 장난감과 책 보다 밖에서 땀 흘리고 놀며 세상의 다양한 자극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더구나 땀범벅이 되어 푹푹 찌는 무더위에 아랑곳 않고 아무도 없는 혼자 놀이터를 누비는 씩씩한 엉아니까 말이다.
특히 여름이야말로 아기 체온조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몇 달의 여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기뿐 아니라 내 생각도 조금 더 했어야 했다. 잘 챙겨 먹지 못한 채 수면 부족에 하루에도 몇 번씩 냉온탕을 번갈아 드나드는 듯한 온도차에 내 컨디션은 이 여름 끝자락에서 상당히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더운 여름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복직 후 정말 쏜살같이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비록 회사에서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포지션 애매한 단축근무 워킹맘이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소중한 아기와 손잡고 등원도 하고 간혹 맞이하는 눈부신 날씨에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차 태워 이리저리 다니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단축근무가 종료되고 정상 근무 시간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엄마는 새벽에 이미 나가고 없고 등원은 할머니 손에, 하원은 해 질 무렵..
아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기에
올 가을 하필 뷰가 좋은 사무실 내 자리에서 바라만 볼 높고 파란 하늘,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왠지 날 서글프게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