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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가 들으면 속상할 이야기

버터야 미안

by 신버터

사실 우리 집에 처음으로 도착한 강아지는 밀리가 아니었다.


밀리를 입양하기로 결정을 하던 가운데 우연히 잘생긴 강아지(흰색 바탕에 노란 무늬라서 버터로 불리게 된 것 같다.) 한 마리를 보게 되었고, 아내는 밀리의 입양 의사를 알려주면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근데 버터는 왜 아직까지 입양이 안된 걸까요?"


그 배경을 들어보니, 독일에서 입양하려고 했던 가정에서 집주인의 허가를 받지 못해 파양 되었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세입자가 강아지를 키우려면 집주인의 서면 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버터의 임시 보호를 제안한 것이었다.


"밀리는 입양 준비를 하려면 4개월은 걸리거든요. 버터는 이미 입양 준비를 마쳐서 당장 보낼 수 있는데, 혹시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보호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가 서로 의지도 되고 잘 적응할 것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계획에도 없던 버터가 먼저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버터야 미안. 사실 우리는 너를 입양한 게 아니라 임시보호를 했던 것이란다.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것이 그렇다. 6개월 임시 보호를 하는 동안 임자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겁이 너무 많은 버터를 누군가에게 보낼 염두가 나지도 않았고, 결국 우리는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독일에서 임시 보호를 하면 입양하게 된다. ^^


2023년 2월 버터 도착 (극 I)

2023년 6월 밀리 도착 (극 E)


아이들과 아내는 신났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참고로 난 극 T 다.)


버터는 첫날부터 아무 말이 없었다. 이 강아지는 왜 짖지 않는 걸까? 거의 6개월 가까이 버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임시 보호라는 것을 눈치챈 것인가?

아니면 납치되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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