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제목을?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아지를 키운 적이 없는 내가 강아지를 두 마리가 키우게 된 것도 기적이지만, 이런 상반된 성격을 가진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간다는 사실도 놀랍다.
버터가 입양온 첫날, 우리는 기쁨도 잠시, 강아지를 어찌할지 몰라 허둥지둥거렸고, 밤 11시에 버터가 하네스를 탈출하여 어두운 독일 거리를 활보했던 때가 떠오른다.
첫째가 버터를 산책시키겠다고 데리고 나갔다가 버팅기는 버터의 하네스(목줄)가 쑤욱 빠져버리는 바람에 도망가는 버터를 잡지 못하고 얼어버렸던 것이었다.
버터는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했다 생각했겠지만, 온 가족이 그 밤에 버터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뒤졌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다행히 5분 만에 길거리를 활보하는 버터를 발견하고 내가 뛰어갔고, 막다른 골목에서 벽으로 점프하는 바람에 떨어지면서 발톱이 다쳐서 응급실까지 데리고 갔었다.
여행지에서는 뭘 주어 먹었는지 목에 뭔가 걸려서 캑캑거리다가 맥없이 쓰러지는 바람에 버터를 들고 병원을 가야 하나 했던 시간도 있었다. (다행히 몇 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여전히 버터와 밀리의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가끔 내가 쳐다보면 경계하며 짖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는 버터와 밀리는 우리 집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버터가 밀리처럼 엄마가 퇴근하면 두 발을 엄마에게 올리고 낑낑거리는 모습이나, 귀를 앞 뒤로 움직이며 무언가 듣고 있는 모습, 암컷인 밀리는 영역 표시할 때 주저앉지 않고 수컷처럼 한쪽 다리를 들고 싼다는 점,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문을 살살 긁으며 문을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들...
이제는 버터와 밀리의 습성에 대해서 완전히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가족이다. 버터와 밀리도 우리 가족을 알고, 우리 가족도 버터와 밀리를 안다.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관계가 쌓인다는 것이고, 가족이 되는 첫걸음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밀리의 생일 파티를 하면서 자주 먹이지 않는 캔 통조림을 꺼내 주었다. 정말 코를 박고 먹는다는 의미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맛있게 먹는 버터와 밀리를 보면서 씩 웃었다.
그래. 이게 가족의 행복이지. 너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우리도 행복하니깐.
버터와 밀리야. 앞으로도 우리 행복한 가족이 되어보자.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