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수원화성
복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겨울방학이다. 학교 다닐 땐 아침, 저녁만 준비해 두면 되던 것이 점심 한 끼가 는 것도 걱정이지만 긴 시간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지내주었다.
"엄마만 잘하면 될 거 같아."
복직하고 이 말을 자주 했다. 이 말은 진심이기도 하면서 잘하고 있는 아이들을 칭찬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그래주었음 하는 나의 소망이기도 했다.
복직한 지 얼마 안 되어 휴가를 내는 게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방학인 아이들과 어디든 가고 싶었다. 난 사실 바다가 가고 싶었다. 겨울바다의 그 파도소리를 들으면 이런저런 잡념들도 싹 날아가고 에너지도 얻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둘 다.
"수원화성!"
이란다. 그래서 가기 전부터 영상도 같이 찾아보고 책도 빌려보았다. 그런데 전주에 첫째가 독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옮았다.
'갈 수 있을까?'
하늘의 도움으로 독감의 여운이 남긴 했지만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이 거리를 참 힘들게도 왔다 싶다. 그 시간 나와 첫째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화홍문주차장이다.
어디에 주차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는데 둘째 조이가 수원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방화수류정이 가장 보고 싶다고 해서 정한 위치였다. 주차를 하고 살피는데 방화수류정 가는 푯말이 보인다.
가는 길에는 화홍문도 보인다. 화홍문은 수원천이 흐르는 북수문이다. 개천에서 흘러온 물은 7개의 수문을 통과해서 남수문으로 빠져나간다. 다리 위에서 보니 아래로 내려가고 싶어 졌다. 둘째 조이와 같이 걷다 보니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조이와 내가 돌다리를 건너오고 남편과 첫째 희망이도 걸어왔다. 난 이쪽이 안쪽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7개의 수문 중 하나의 문으로 나가니 반대쪽이 안쪽이었다.
이곳 수원화성에 와서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둘째 조이가 방화수류정으로 가잔다. 바로 옆이라 길을 따라 올라갔다.
수원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안쪽은 공사 중이라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다. 옆에 용연으로 가는 길에 작은 문은 참 예뻤다.
그 문안으로도 들어가 보고 작은 문 위로도 걸어갈 수 있어서 성과길을따라 걸었다. 나와 조이는 계속 걷고 싶은데 희망이는 그만 가자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코스로 출발했다.
근처 행리단길에 있는 독립서점 그런의미에서다. 우리 가족은 여행할 때마다 그 지역 독립서점에 들른다. 그 시간이 참 좋다. 가는 길에 벽화마을이 보인다.
그림들을 보다 보니 독립서점 앞이다.
아이들과 나는 이곳에서 한참 있었다. 책에 별 취미가 없는 남편은 밖에 있었다. 그러다 둘째 조이도 아빠와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첫째 희망이 와 1시간 정도 머물렀나 보다. 나는 양귀비의 모순을 골랐다. 읽고 싶은 다른 책도 있었지만 다음 독서모임 책을 이곳에서 산 것도 의미 있었다. 아들은 책을 고르고 골라 한 권을 집었다. 사장님은
"방금 전 한 분이 마지막 남은 책을 사가셨어요."
하신다. 아들은 아쉽지만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스노볼 드라이브라는 책을 샀다.
다시 피곤이 몰려온다. 우린 장안문이 보이는 카페로 갔다.
팔레센트라는 카페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찍은 사진을 보며 수원화성을 그리고 난 책을 본다. 남편도 폰타임을 가진다.
음료만큼이나 다양한 우리 가족이란 생각이 든다. 첫째 희망이는 말차라테를 원샷했다. 둘째 조이는 고구마라테를 한 스푼씩 천천히 먹는다. 난 흑임자라테가 먹고 싶었지만 보는 순간 목이 아파 남편의 아메리카노와 바꾸자고 한다.
난 좀 전에 구매한 양귀자님의 모순을 읽었다. 소설책은 올해 처음이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 느낌이 좋다. 어느덧 벌써 두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나 보다. 밖을 보니 사람들이 장안문 안쪽을 지나간다. 우리도 서둘러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
"와, 너무 멋있다."
조이는 신이 나서 사진을 찍고 희망이와 남편은 빠르게 앞장서서 탐색한다.
한양도성의 동대문은 지나갈 수 없다. 당연히 이곳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장안문 위로 올라가니 해가 지는 모습과 쭉 늘어선 성곽길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걷고 또 걷고 싶은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예약한 숯불갈비를 먹으러 갔다.
이번 당일치기 여행은 수원화성과 인사한 느낌이다. 서울 외각에 있는 우리 집과 비슷한 느낌의 수원화성. 정조와 정약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수원화성.
다음번에 꽃이 피는 봄에 다시 오기로 했다. 그땐 정조가 머물렀다는 화성행궁도 가보고 박물관도 가기로 했다. 봄의 수원화성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