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4
CA816. 존 애브넛, 〈레드 코너〉(1997)
‘레드’건 ‘블루’건, 그곳이 ‘코너’라고 하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 교류는 불가하다.
CA817. 김영준, 〈비천무〉(2000)
신현준은 ‘비천신기’의 남용으로 지나치게 피로해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영화가 실패한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 아닌지. 관객은 쉽게 지치는 주인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러닝 타임 두 시간 안팎인데, 그 정도는 견뎌줘야 하잖아? 관객도 꼼짝 않고 앉아서 견디는데. 이제니 시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CA818. 데니스 더건, 〈해피 길모어〉(1996)
스포츠에도 어쩌면 사기나 위장, 나아가 특수효과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인간의 신체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관중이나 관객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신들은 눈속임이 본질인 마술에도 사람들이 기꺼이 속아주는 그 ‘갸륵한’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CA819. 팀 포프, 〈크로우 2〉(1996)
죽은 자를 다시 살려놓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그만한’이란 관객이 ‘기꺼이 동의해 줄 만한’이라는 뜻이다. 곧,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꼭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관객은 비논리, 비합리에도 얼마든지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다. 이걸 감사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CA820. 러셀 멀케이, 〈쉐도우〉(1994)
누구나 빛이 아니라, 그림자가 되고자 할 때, 곧 스스로를 낮추려 할 때 세상은 평온해진다. 그가 이 ‘쉐도우’의 역할에 충실히 복무하려는 것은 바로 이 고전적인 진리에 대한 깨달음 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