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5
CA821. 봉준호, 〈미키 17〉(2025)
나는 할리우드에서 봉준호 감독이 자신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잃지는 않았다. 그럼 된 것이다.
CA822. 데이비드 핀처, 〈파이트 클럽〉(1999)
몸과 몸을 부딪는 육체적인 싸움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지나치리만큼 건강하게, 정정당당히 싸우려고 애쓴다. 그들이 싸움의 규칙을 만든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싸움이 거듭되는 동안 육체가 상하고, 육체가 상하면 정신도 따라서 망가진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것이 비극이다. 그래서, 정신과 육체가 별개라는 이원론적 사고에 젖어 있는 서구인들의 발상이 지니는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고 감독은 초현실적인 설정을 속절없이 빌려온다. 그러니 이 영화는 반쯤은 실패한 작품이다.
CA823. 민병훈, 〈벌이 날다〉(1998)
어디나 인간이 사는 곳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다.
CA824. 조셉 러스낙, 〈13층〉(1999)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곳에서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엄청난 상상력의 현장과 새삼, 느닷없이 맞닥뜨린다. 이 상상력의 점층법! 그러니 어쩌면 이 세상은 우리의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계 안에 갇힌 세상인지도 모른다.
CA825. 콜린 너틀리, 〈언더 더 선〉(1998)
그녀는 도대체 왜 시종일관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는 걸까. 그래서 관객은 그녀의 사랑이 어쩌면 가짜일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을 줄곧 떨쳐버리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이 영화가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