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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inema Aphorism_167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67

by 김정수

CA831. 제임스 웡(황예유), 〈데스티네이션〉(2000)

인간은 운명을 피하려는 곳에서 운명과 만난다. 그러니 운명에는 순응해야 한다. 죽을 운명을 피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인간의 모습이 애처로운 것은 운명론의 바탕 위에서 그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운명을 상대로 해서는 순응밖에는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 상대가 운명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러기 싫다면 스스로 운명론자이기를 그만두면 된다.


CA832. 제임스 맨골드, 〈캅랜드〉(1997)

세상에 경찰들만 있다면 범죄라는 것 자체가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은 거대한 환상이다. 세상이 경찰 천지가 되는 순간 이제는 경찰이 범죄자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인간 세상의 법칙이요, 인간의 조건이다.


CA833. 페드로 알모도바르,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어머니가 어머니인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그 자식이 세상을 떠난 뒤로도 영원히 간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것이기에, 그 모든 것이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기에―. 이보다 더 눈물겨운 고백이 또 있을까.

CA834. 샘 레이미, 〈심플 플랜〉(1998)

언제나 그렇듯이 누아르의 해피엔딩은 가짜다. 또는, 신학적 결말이다. 청교도의 후예만이 이런 상상을 현실화시킨다.


CA835. 신정균, 〈삼양동 정육점〉(1999)

저예산 영화가 나름의 장점을 지닐 수 있으려면 저예산의 불리(不利)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려는 감독 자신의 남다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저예산의 한계 속에 자신을 가두어버리는 순간 영화는 그냥 ‘저렴한’ 영화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이것이 영화가 ‘돈’이라는 것에 복수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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