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고통을 AI가 덜어준다
우리 생활에 글쓰기가 필요 없는 곳이 사실 거의 없다. 나는 가끔 생각을 떠올릴 때마다 글을 쓰는데, 처음엔 구상한 아이디어로 신나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문장을 써 내려간다. 그러다 도중에 삼천포로 빠지거나 문맥이 막혀서 쓰다가 지우다가를 몇 시간째 반복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달하는 편지를 한 통씩 써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때 나는 빈 편지지를 마주하고 앉아 첫 문장, 첫 단어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정수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봐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때 과제나 리포트 쓸 때마다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을 쳐야 했던 일은 말할 필요도 없는 얘기다. 이건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업무 이메일 하나 보내는 것도 적절한 예의를 갖춰 뻔한 형식으로 후딱 타이핑 쳐서 보내면 될 것을, 한참 휑한 눈으로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많았었다.
왜냐? 이제 든든한 친구이자 조력자가 생겼으니까. 바로 인공지능이다. 비영리 단체였던 오픈 AI가 처음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그 유명한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인공지능개발에 투자하고 참여하고 있었다. 당시 머스크는 이미 페이팔이라는 전자결제 앱을 개발해서 실리콘 밸리의 유망주였다.
'인공지능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무상으로 공유해야 할 자원이라는 취지'로 순수하게 시작했던 이 일은 차츰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빅데이터 구축 시스템이 필요했고 구축을 위한 거대 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아, 이거 돈 되는 장사구나'라고 감지한 IT 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 AI 쪽에 접근해 왔다. 돈 많은 우리가 너희 기술 개발하는 데 자본을 댈게, 대신 나중에 그 기술을 내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권한을 줘. 일론 머스크는 반발했다. 인공지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편리하고 좋은 점이 많지만 그에 따른 악용 사례와 부작용이 발생할 것임을 두려워해서다. 첨단 기술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불법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로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로맨스 피싱 같은 디지털 범죄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쁜 쪽으로 지능이 비상하게 돌아가는 범죄 조직과 고액의 수입을 노리고 그들을 돕는 가담자들이 많은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 모습을 현재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본을 대고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일론 머스크는 본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오픈 AI에서 스스로 이탈했다.
처음에 시작했던 얘기대로 우리의 생활에서 글쓰기는 필수적인 행위다. SNS, 블로그 맛집 후기, 하다못해 당장 내가 배달해서 시켜 먹은 음식점의 후기 글도 작성하니 말이다. 사람은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몇 만년 전 구석기 동굴 벽에도 이렇게 끄적댄 흔적이 있단다.
-요즘 것들 말세야, 말세!
우리는 이렇게 글쓰기에 익숙한데도 잘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글을 논리와 쓰임에 맞도록 자신의 의사나 생각을 잘 반영하면서 맛깔나게 쓴다는 건 정말이지, 매번 머리를 쥐어 짜내는 고통과 마주하게 되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상용화를 위해 세상에 오픈되었다. 이미 40년도 전에 구상했고 그 원리가 완성되어 있었던 이 기술이 근래에 하드웨어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으로 구축된 어마어마한 빅 데이터 처리 기술로 인해 세상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현재에 일어난 일이다. 필자는 처음 구글 Chat-GPT와 대화를 시도한 그날, 세상이 또 한 번 격변할 것임을 실감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표현했었던 예술 창작 영역에 인공지능이라는 인간의 창조물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인간의 창작 활동에 조력자 역할을 도맡아 하게 된 것이다.
글쓰기 도우미 서비스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딥러닝으로 통해서 웬만한 인간보다 인간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문장 구조를 분석해서 어색한 부분을 고쳐주거나 문맥상 어울리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알려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이렇게 하면 작가들이 일일이 수정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고, 독자들도 훨씬 읽기 편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가성비 좋은 글을 대량 생산해 낼 수 있는 효율성의 극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논문이나 보고서 같은 경우 많이 쓰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자주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여행 후기라던가 맛집 리뷰같이 개인 SNS에 올리는 글들을 편하게 쓰기 위해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우선 시간 절약이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뿐만 아니라 띄어쓰기 교정, 문단 구성 및 배치 변경 등 여러 가지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또한 기존 문서 양식 그대로 업로드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편집하거나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의 협업 시 오류 발생 확률이 줄어들어 업무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안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인공지능 글쓰기 도우미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앞으로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미술, 디자인 등 더욱더 많은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약할 것이다. 미래에 지금보다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걱정도 앞서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에게서 일자리를 뺏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사회 곳곳에 인공지능이 파고들어 노동비 절감과 효율이라는 이유로 대체되는 것이 현실이다. 장차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새롭게 노동 시장이 개편되면서 발생하는 잉여 인력 자원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인간은 노동 대신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에게 묻는다. 필자의 글에서 인공지능의 향기가 느껴지는가? 어떤 것이 필자가 직접 쓴 문장이고 어느 문장이 인공지능이 자동 생성해 준 글일까? 그 차이를 느낀다면 당신은 그래도 감각이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뜻일 것이다. 인공지능보다 센스티브한 인간은 인공지능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이용하는 것이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만들어 준 문장 중 내가 마음에 들어 이용한 문장은 대략 전체 25퍼센트 정도이다. 껍데기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도, 그냥 블로그에 올리기엔 알맹이와 농축액이 조금은 모자란 문장들이었다. 결국 직접 지우고 다듬어서 전체적인 맥락에 맞게 수정했다. 인공지능이 문장은 만들지만 그 문장에 담긴 영혼과 사상까지 표현할 수는 없다. 물론 미래엔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화할지 알지 못한다.
나는 인공지능에게 프롬프트로 지시한다. 내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럴싸한 걸로 한번 만들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