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떳떳한 내가 되었음을 전하며.
어린 시절 나는 친구가 많이 없었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매년 바뀌는 같은 반 친구들이 낯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얕은 개울에서 모두가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었다.
쉽게 그 틈에 어울리지 못해서
나는 한쪽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아이들 서너 명이 달려오더니
나를 번쩍 들고 물속에 던져버렸다.
그때만큼은 친한 친구 그렇지 않은 친구의 경계가 사라진 모양이었다.
갑작스럽게 물속에 빠져버린 나는
당황할 새도 없이 그들과 함께 물을 끼얹으며 놀았다.
사실 그때 얕은 개울 안 돌멩이에
무릎을 찓는 바람에 피가 나고 있었지만
그 아픔보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에 섞여 함께 웃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만큼 찌질해 보이는 것도 없지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 그들에게 화를 내고
다친 무릎을 절뚝이며 돌아갈 용기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이 여태껏 내 머릿속에 남겨진 이유는 분명 있다.
어린 내가 원했던 순간이었다는 것.
떠들썩하게 반 아이들의 분위기를 사로잡던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함께 섞여 논다는 것.
그 시절 그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몇몇 아이들과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고
나의 내성적인 성격이 티 나지 않는 학착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야 굳이 원치 않는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때의 나는 몸만큼이나 마음도 어렸다.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스스로가 창피했고
혼자인 내가 싫었다.
아직도 깊게 파인 무릎의 상처를 볼 때마다
그때의 어린 마음이 생각이 난다.
지금의 나는
몸은 커지기는 했어도
마음이 같이 자랐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록 어린 내가 바라던 어른의 모습이 되어 있는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시절 나를 싫어하지 않아도 됐었다는 것쯤은 알게 된 것 같아서
어린 나에게 조금 떳떳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