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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넘은 우리 아가.

부모에게 자식이란 영원히 아가로 남는다.

by 김로기

예전 다큐에서 맛있는 음식을 드시던 할머니가

아가에게 주고 싶다며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갔던 적이 있다.

할머니의 동선을 따라가던 카메라에 잡힌 우리 아가는

당황스럽게도 중년의 아줌마였다.

고이 포장해온 음식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는

딸 앞에 젓가락을 건넸다.

중년의 딸은 음식을 맛있게 먹었고

할머니는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 순간 카메라도, 그걸 지켜보는 나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할머니에게는 환갑이 넘고 얼굴의 주름이 자글거리는 모습의 딸도

여전히 아가였다.

생각해 보면

내가 고등학생일 무렵

식당에서 밥을 먹을먹때도

우리 아빠는 나와 내 동생을 아기라고 불렀었다.

그때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아기라는 호칭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는 엄마와 아빠의 아기로 남아있다.

이제는 자신들보다 더 키가 크고 힘이 세며

오히려 자식의 손길이 더 필요한 순간이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에게 아가로 남겨져 있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영원히 지켜내야 할

소중하고 아까운 존재였던 것이다.

아마도 죽기 전까지 나는 아기로 남겨질 것이다.

환갑이 넘은 중년의 아줌마가 누군가의 아가였던 것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자식의 모습이 어떠하든 변하지 않는다.

성인이 갓 되어 있는 모습이든.

한 가정의 또 다른 엄마가 되어 있는 모습이든.

어느새 얼굴의 주름이 자글한 중년의 아줌마의 모습이든.

그들에게는 아기가 된다.

여전히 집에는 잘 들어갔는지 걱정되고

밥은 먹었는지 궁금한

우리 아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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