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안부에는 매일 다른 질문이 숨었다.
잘 들어갔냐는 말.
밥은 먹었냐는 말.
기껏해야 형식적인 안부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답이 전부가 된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집에 잘 들어갔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줄어들지 않는다.
어제도 그제도 잘만 가던 집을
오늘이라고 못 갔겠냐고 되묻기도 하겠지만
애틋함과 걱정은 여전한 그들에게
다른 안부는 물을 수가 없다.
그들의 근황도 고민도 알 수가 없어서.
그래서 오늘도 반복해서 묻게 되는 것이
밥 먹었냐 와 잘 들어갔냐 같은 따분한 질문들이 될 뿐이다.
그들의 진짜 걱정거리를 알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오래인데
그럼에도 묻고 싶은 그들의 안부 탓에
굳이 핀잔이나 들을 것이 뻔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묻고 보는 것이다.
역시나 되돌아오는 것은 짜증 섞인 똑같은 대답일 뿐이지만
그렇게라도 대답을 들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나 보다.
그들이라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것들을 물어보기에는
서로 간의 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일방적인 사랑이
그렇게 매번 같은 따분한 질문으로 표현될 뿐이다.
우리는 그 마음을 여전히 가벼이 여기고
귀찮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같이 물어오는 따분한 질문이 멈추는 날.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물어오던 안부는
매일 다른 것이었다는 걸.
그 귀찮은 질문에 속아
그 말 안에 감춰진 그들의 속내를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그걸 알게 된 후에
고작 밥을 먹었다는 대답과
집에 들어왔다는 대답만을 남겼던 자신이
너무나도 후회스러울 것이다.
그들이 듣고 싶었던 말은
고작 밥을 먹고 집에 왔다는 말이 아니라
오늘의 나의 하루를
그들의 하루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