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게 있단다.
여름내 농사일로 바쁘셨던
아버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시댁을 찾기로 했다.
어영부영 몇 마디 나누다 집에 오기 그래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배달어플 앱을 열었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남편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뭘 좋아하시지?"
남편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글쎄. 잘 모르겠네."
우리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저번에 먹으려다 못 먹고
돌아갔던 해물찜을 포장해 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서 같이 포장한 볶음밥거리를
양념 조금과 함께 볶다가
문득 아버님은 볶음밥을 좋아하셨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볶음밥이 괜찮으시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아버님의 대답은 뭐든 괜찮다는 것이었다.
막상 식탁에 앉아 포장해 온 해물찜을 먹는데
생각처럼 잘 드시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다시 생각해도 해물찜 말고 다른 음식은 생각나는 게 없었는데
아버님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시는 걸까.
그러고 보니 아버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했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아는 것도 아니었다.
경조사 때가 되면 뭐가 드시고 싶으시냐 묻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뭐든 좋으니 니들 좋아하는 걸로 먹자"는 말이었다.
정말 부모님들은 좋아하시는 음식이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분명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늘 우리들 좋아하는 것들이 그들의 취향이 되나 보다.
모든 부모가 자신보다 자식을 우선에 두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전히 나의 부모들은 나를, 그리고 우리의 뒤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먹고 싶은 음식정도는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딸아, 아들아. 오랜만에 이 음식을 같이 먹으러 가는 건 어떠니."
이 정도의 말은 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것도 먼 훗날 스스로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의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늦지 않게 그 정도의 말은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