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매트를 자꾸 펴게 되는 이유
내게도 조금씩 아사나가 몸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손바닥에 땀이 나고, 중심이 흔들리는 게 먼저 느껴졌는데 요즘은 아사나에 접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몸의 기억이 나를 이끌곤 한다. 나의 몸과 꽤 가까워진 느낌이다.
요가 n년차 숙련자들처럼 특출난 아사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더 나아간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수련 시간을 스스로 늘리게 되었다.
원래는 수업이 끝나면 그대로 빕에서는 수련에 대한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혼자 몇 동작 더 해보곤 한다. 집에서 가만히 핸드폰을 보다가 문득, 요가매트를 펼치게 되는 날들이 늘었다.
심지어는 쉬는 날에도 도반과 만나서 실기 수련 연습을 한다. 트립코아사나 시리즈도 비틀거리기만 했었는데 요즘 꽤 견고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낀다.
다른 도반들에 비해서도 초심자인 내가, 요가 수련으로 따지면 이제 반년 될까 말까 한, 이제 3개월 수련한 나인데 꽤 빠른 성장에 나조차도 매번 놀란다. 수업 중엔 어떠한 아사나가 되어도 들뜨지 않으려 마음을 잡는다. 그저 숨을 쉬고, 수련이 끝난 후에 집 가는 길쯤 되어서야 기쁘고 들뜬다는 생각, 판단, 평가가 머리로 들어선다.
바닥을 두 발로 밟고, 손끝을 멀리 뻗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짧게라도 나 자신과 소통하고 있다는 감각이 든다. 처음엔 그저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조금씩 되는 나 자신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예전에는 몸을 바꾸고 싶어서 요가를 했는데, 요즘은 그냥 ‘이대로 괜찮은 나’를 더 자주 만나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매트 위로 걸어간다.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는 언제나 나에게 조금 먼 동작이었다. 바닥에 팔을 내리고, 정수리를 살포시 내려놓는 그 짧은 순간조차 마음이 흔들렸고,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늘 망설이곤 했다.
그런데 지난주, 몇 번의 호흡이 지나고 나서 어느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거꾸로 선 나를 만났다.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아도 중심을 찾아가는 다리와 놀랍도록 안정된 내 마음. 들뜨지도 않았다. 그저 천천히 흔들림 없이 숨을 쉬었다.
처음엔 겨우 몇 초였지만, 그 안에서 느껴진 감각은 길고 단단했다. 괜찮다고 몸이 먼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몸이 허락한 만큼만 나아가는 신뢰 속에서 생긴 안정감이었다.
수련은 결국 어떤 자세를 성공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내 몸과 신경, 감각과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랄까.
내가, 그 자세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살람바 시르사아사나가 내게 왔다.
그 감각을 기억하며, 다시 한 주를 시작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수련 사진들입니다.*
주말에도 개인수련을 실천한 뿌듯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