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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개의 가면

by eunsu

가면은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고위층인 사람이 평범한 음식점에 왔다.모두 똑같은 손님일뿐, 이 곳은 회사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상사 대우 받고 싶어하는 마인드인 것이다.그는 회사에서의 가면을 벗지 않은 것이다.

가면의 무게를 덧대어 갑질을 하는 것.



어릴 적엔 하나의 얼굴만 가지면 되는 줄 알았다.

진짜 나, 변하지 않는 나, 세상이 어떻게 흔들려도 중심을 지키는 단단한 나.그걸 찾아야 인생이 풀릴 거라고 믿었다.오히려 가면이 여러개였던 나는

벗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으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친구 앞에서는 다정한 사람,

회사에선 침착하고 유능한 사람,

어떤 날은 강한 척하는 사람,

어색한 분위기를 이끌며 애써 웃는 사람.


처음엔 그게 거짓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약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들어 명상을 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다 보니,

그 각각의 얼굴이 다름 아닌 나라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하나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 형태를 바꾸는 의식의 흐름 그 자체라는 것을.


이제는 가면을 벗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상황에 따라 더 정교하게,

더 유연하게 가면을 쓰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가면은 진짜 나를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하나의 가면만 고집하다 보면,

오히려 더 많은 나를 놓칠 수 있다.

무거운 가면 하나보다는

가벼운 여러개의 가면이 낫다.


나는 다양한 감정을 가졌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하나로 만들기보다는,

흩어진 나들을 하나씩 알아보고 끌어아주자.


이제 나는 가면을, 편한마음으로 여러 개 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오히려 더 가볍고, 더 진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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