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숨 쉬기 위해 길을 잃은 프로 방황러의 이야기
"요즘 뭐하고 지내?"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의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3년 전에는 "공무원이야"라고 대답했고, 작년에는 "주얼리 브랜드 운영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밀 명함이 없다. 사회가 정해놓은 카테고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직자. 흔한 말로 '백수'이다.
남들이 보기에 내 이력서는 '실패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어렵게 공부해 들어간 공무원 조직을 제 발로 걸어나왔고, 패기 있게 시작한 창업은 잠정 중단했으며, 부모님의 기대를 업고 다시 시작한 수험 생활은 몇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끈기가 부족해서, 참을성이 없어서, 현실감각이 없어서.. 세상은 나에게 쉽게 그런 꼬리표를 붙일 것이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독서실의 적막 속에서 덩그러니 앉아있던 어느날, 문득 내가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남들은 다 참고 견디는 그 '안정'을 왜 나만 견디지 못하는가. 왜 내 몸은 닭장 같은 사무실과 칸막이 쳐진 책상을 거부하는가.
하지만 짐을 싸고 독서실 밖으로 나왔을 때,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깨달았다. 나는 도망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탈출한 것이라고.
나의 방황은 나만의 길을 찾는 치열한 탐색의 과정이었다. 공무원을 그만두며, 나는 내가 경직된 조직보다 자유로운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아르바이트 2개와 주얼리 사업을 병행하면서는 몸이 고되어도, 주체적으로 일할 때 심장이 뛰는 사람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수험생이 되어 독서실을 뛰쳐나오며, 남의 기대에 맞춘 안정보다, 불안하더라도 내 숨소리를 따라가야 하는 사람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를 '백수'대신 '프로방황러'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직 정착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통장 잔고는 불안하고, 미래는 안개 속에 있다.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한치 앞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이상 나를 억지로 구겨 넣어 어딘가에 끼워 맞추지 않으려 한다.
길 위에서 헤매는 시간조차 내 인생의 일부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이제 책상 앞에 앉아 객관식 정답을 찾는 대신, 나만의 문장을 쓴다. 안정적인 궤도를 이탈해 거친 세상으로 튕겨 나온 나의 이야기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자신을 지우고 있을 또 다른 방황러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기꺼이 방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