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와 사르밧 과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 열왕기상 17장
얼마 없는 음식을 선지자 엘리야에게 대접하고, 줄어들지 않는 남은 음식으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게 되었던 과부의 이야기. 이후에 과부의 아들이 죽게 되지만, 엘리야의 기도로 살아나는 이야기.
성경에서 엘리야가 등장하는 인상 깊은 본문입니다.
이 본문에서 새롭게 묵상하게 된 부분이 있어 남겨두고자 합니다.
1. 하나님의 명하심
"... 내가 그곳 과부에게 명령하여 네게 음식을 주게 하였느니라" 열왕기상 17:9
하나님께서는 과부에게 이미 '엘리야를 만나면 음식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신 상태였습니다. 과부는 엘리야를 만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정작 엘리야를 만났을 때 과부의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2. 과부의 반응
"...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떡이 없고 다만 통에 가루 한 움큼과 병에 기름 조금뿐이라 내가 나뭇가지 둘을 주워다가 나와 내 아들을 위하여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후에는 죽으리라" 열왕기상 17:12
과부는 굉장히 격양되어 말한 것 같습니다. 엘리야에게 음식을 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 없는 살림에 남을 위해 베풀라니요. 그리고 과부의 입장에서는, 온 땅에 가뭄이 올 것이라고 선포했던 (열왕기상 17:1) 엘리야가 곱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과부의 이 대답이 격양된 대답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 후에 죽으리라'는 부분입니다. 정말 죽을 생각이었다면, '나뭇가지로 음식을 먹고' 죽겠다는 대답까지는 필요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엘리야 때문에 아들이 죽었다 (열왕기상 17:18)'라고 말하는 대목으로 미루어보아 과부는 실제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저 과부는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으신다고 느끼는 하나님과 선지자에게 단단히 화가 나있는 것입니다. 과부에게 하나님은 '당신의' 하나님입니다.
3. 엘리야의 대답과 기적
"...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이 나 여호와가 비를 지면에 내리는 날까지 그 통의 가루가 떨어지지 아니하고" 열왕기상 17:14
엘리야는 과부를 진정시킵니다. 가뭄으로 힘든 사정을 이해하고 있고, 적어도 가뭄이 해결되기까지는 먹을 것으로 걱정할 일이 없으리라고 하나님의 약속을 전해줍니다. 과부는 이후 엘리야에게 떡을 만들어줍니다. 그다음에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과부와 아들이 먹을 음식이 풍족해지는 기적이 일어나지요.
과부는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부는 이때 까지도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과부의 고백은 좀 더 위에 나오기 때문에 (열왕기상 17:24) 이때까지도 과부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부는 엘리야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 주며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4. 과부의 눈물
"이 일 후에 그 집 주인 되는 여인의 아들이 병들어 증세가 심히 위중하다가 숨이 끊어진지라" 열왕기상 17:17
"여인이 엘리야에게 이르되 하나님의 사람이여 당신이 나와 더불어 무슨 상관이 있기로 내 죄를 생각나게 하고 또 내 아들을 죽게 하려고 내게 오셨나이까" 열왕기상 17:18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뒤에 과부의 아들이 죽게 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과부는 '그럼 그렇지'하는 생각으로 속에 있던 모든 말을 다 쏟아냅니다. 그리고 과부는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선지자에게 음식을 베풀으려고 하지 않았던 죄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과부는 '하나님께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명령하시고, 명령을 어기려 했던 나에게 아들의 죽음이라는 벌을 내리셨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과부에게는 하나님의 명령을 들은 것도, 엘리야가 찾아온 것도 모든 비극의 시작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문에는 '심히 위중하다가 숨이 끊어졌다'라고 나와있습니다. 심정지가 일어나거나 사고를 당해 즉사한 것이 아닌, 앓다가 숨이 끊어졌다는 것입니다. 본문만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과부는 아들이 병을 앓고 증세가 심해지는 중에도 하나님을 찾거나 엘리야에게 기도를 부탁하지 않았나 봅니다.
5. 하나님의 살리심과 과부의 고백
"여호와께서 엘리야의 소리를 들으시므로 그 아이의 혼이 몸으로 돌아오고 살아난지라" 열왕기상 17:22
"여인이 엘리야에게 이르되 내가 이제야 당신은 하나님의 사람이시요 당신의 입에 있는 여호와의 말씀이 진실한 줄 아노라 하니라" 열왕기상 17:24
엘리야는 탄식을 하며 과부의 아들을 위해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들으시고 아들을 다시 살려주셨습니다. 이후에 과부의 고백이 이어집니다. 이제야 하나님의 말씀이 진실한 것을 알겠다고 말이지요.
과부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 '진실한 말씀'으로 듣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실제로 엘리야가 찾아왔을 때도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엘리야와의 만남은 과부의 그 아들이 죽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시려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지요. 하지만 과부는 이때 까지도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끊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던 비극을 경험한 뒤에야 과부는 하나님께로 돌아왔습니다. 과부가 첫 번째 기적을 체험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했다면, 이후에도 먼저 엘리야에게 알리고 기도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사람의 생각으로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고 때로는 상식에서 벗어난 말씀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상식입니다. 하나님께서 내미시는 손길에 분노로 답하고, 기적을 체험하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