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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보다 정이 많은 사람인가 봐

by 승하글

나는 생각보다 정이 많은 사람인가 봐 조금이라도 정을 주면 주고 나면 잊기가 엄청나게 힘들거든 종일 고민했어. 우리가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여서 말이야 만약에 또 만약에, 근데 만약에라는 게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거든 그래서 만약이라는 상상을 하는 거거든 그렇게 될 일 없다는 거 너무 잘 알아서 상상하는 거거든.


있지 하필이면 잡은 손이 너무 따뜻했어. 그 손이 되게 부드럽고 하얗고 따뜻해서 자꾸 기억에 남는 거야. 또 하필이면 네 말투가 되게 상냥하고 예뻐서 기억에 남고 나를 쳐다볼 때 그 눈이 너무 예뻐서 잊히지가 않고 말이야.


오늘 하루는 연락할 수도 없는 네가 너무 궁금했어. 목소리가 듣고 싶었고 저녁은 먹었는지 일 끝나고 뭐 하는지 혹시 나한테 연락하고 싶지는 않을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거 알면서 그랬어. 그래서 종일 네 생각에 오늘 하루를 다 망쳐버렸어.


전화해 아무렇지 않게 뭐하냐고 물어봐 나도 아무렇지 않게 너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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