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이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항상 되뇌었다. 어느 정도의 벽은 어떤 관계에서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서로에게 실이 되는 관계가 있다. 함께하며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오히려 독이 되는 그런 사이, 연애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하는 사랑이 보통은 그러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할 수 있다. 마냥 좋을 때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건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놀랍다며 참다 보면 결국에는 터지고 만다. 헤어지는 이유는 반드시 그것이 되고 말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과 집착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만나서 잘 사귈 수 있을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참아가며 만남을 이어가면 그건 언제 문제가 되어도 된다는 말이다. 지금 당장은 넘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참아가며 만나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 쉽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그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말이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고 천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때마다 쉽게 변하는 게 사람이라면 구태여 어떤 버릇을 고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들여 고생하지도 않았겠지.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는 설레야 하고 떨려야 하고 행복에 겨워 매일 웃음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 항상 그럴 수는 없겠지만, 초반에는 특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불안하고 마음을 졸이고 불편함과 어딘가 모를 불쾌함이 계속된다면 관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연애는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망치는 이유가 연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성숙한 연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