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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고 싶다

by 승하글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산책이 즐겁다. 언제든 어디서든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대체로 손을 잡고 걸어 다니곤 한다. 아무리 더워도 잡은 손을 잘 놓지 않는다. 소소한 데이트를 좋아하지만 먹는 건 꼭 맛있는 음식이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 맛있고 좋은 음식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먹으며 맛있어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데이트 장소는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그것이 곧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될 테니까 또 데이트의 마지막은 항상 데려다 주는 것으로 끝이 나야 한다. 다른 게 아니라 그냥 1분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하는 행동이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을 보금자리로 데려다 주고 방의 조명이 꺼질 때까지 통화를 하면서 기다리며 집 앞을 몇 번이나 빙빙 돌겠지. 그리고 불이 꺼지면 조금 더 나른해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목소리는 최대한 나긋하게 예쁘고 좋은 말, 또 재미있고 웃긴 이야기를 하면서 통화를 이어가다 새근새근 잠이 든 숨소리를 듣고서야 조용히 통화를 끊을 것이다.


그러니까 온종일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가 될 거라는 말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여전히 사랑하는 것이고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은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일 테다.


그러니까 내가 내 신체 일부분을 잘라냈잖아 썩은 살을 도려낸 것도 아니고 생살을 잘라냈잖아 그레서 환상통이 자꾸 오는 거야 있지도 않은 네가나를 아프게 하거든 (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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