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미용실이 사라졌다
20년 동안 자리를 지키던 미용실이 사라졌다. 늘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대로 익숙한 공간이 사라지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임대’라는 글자가 붙은 텅 빈 가게를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고 이유 없이 미안하고 괜스레 우울한 기분까지 밀려왔다.
그곳은 내가 중학생 때부터 엄마와 함께 다니던 곳이었다. 어린 날의 추억과 방황이 모두 담겨 있던 공간. 원장님은 충청도에서 대구로 시집와 미용실을 차리셨다고 했다. 처음에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 그분의 말투가 신기해서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원장님은 머리를 참 잘 자르셨다. 까다로운 우리 엄마의 스타일을 단번에 맞춰주셨고 엄마는 그때부터 15년 넘게 그 미용실만을 다녔다.
몇 년전 내가 병원에 오래 입원했을 때가 있었다. 응급실에서 겨우 숨만 쉬던 나를 찾아와 엄마 손을 붙잡고 함께 울던 원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하다. 형편이 어려웠던 우리에게 건넨 돈봉투의 무게보다 그 따뜻한 마음이 더 깊이 와닿았던 그해 겨울. 원장님의 진심 덕분에 유난히도 따뜻하게 보냈었다.
그 후에도 원장님은 늘 같은 인사말로 나를 반겨주셨다. “승하 씨~ 요즘 몸은 좀 괜찮아요? 얼굴이 좋아졌네!” 어색한 사투리를 쓰며 웃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그곳에 온기가 사라졌다. 나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따뜻했던 원장님의 마지막 시간이 외로웠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엄마에게 들으니 원장님의 대구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많이 쓸쓸했다고 했다. 엄마도 어느 순간 미용실을 옮기면서 발길이 뜸해졌고 그렇게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회색빛 시멘트만 남은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0년 동안 한자리에서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손질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미소를 건넸던 그곳. 그곳을 떠나는 원장님의 마음도 저 빈 공간처럼 허전했을까. 문을 닫고 마지막으로 불을 끄던 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까.
너무 늦었지만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원장님의 손길이 닿았던 그 시간들이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빛으로 남아 있을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