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은 눈부신 순간으로 기억된다. 손을 맞잡고 걷던 거리, 눈을 맞추며 나누던 속삭임, 문득 스쳐간 미소 같은 순간 말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사랑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 세상의 사랑은 언제나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 얼굴은 화려한 순간보다 사소한 날들 속에서 더 선명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충분했다. 바쁜 하루 끝에 마주 앉아 늦은 저녁을 먹으며 나누던 평범한 이야기와 길을 걷다 갑자기 잡아오는 따뜻한 손, 피곤해 보인다고 괜히 장난을 걸며 웃던 예쁜 얼굴 그런 사소한 것들 모두가 사랑이었다.
사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출근길에 챙겨준 커피 한 잔이나 문득 생각났다며 보낸 짧은 카톡하나 길을 걷다 한 번 더 돌아보는 시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하루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싸우고 서운한 마음에 등을 돌린 날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마주 앉아 작은 농담 하나로 어색함을 풀어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때로는 미안하다는 말보다 그냥 곁에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 사랑이 가진 다정함이었다.
사랑이란 결국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정 아닐까싶다. 아무리 힘든 날도 그 다정한 얼굴 하나로 견딜 수 있었다. 사랑은 그렇게 화려한 말이 아니라 작은 손길 속에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속 다정한 순간들 속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