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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잔 I

돈 앞에 장사 없더라

by Another time 자축인묘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충청도의 어느 한적한 시골 산골마을

친구인 봉팔이와 을성이가 사이좋게 이웃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 어이~~~ 을성이 있는가?? "

봉팔이는 을성이 집에 탁배기 한 사발을 하고자 마실을 가고 있었다.


"이게 누구여~~~ 봉팔이 자네가 이 시간에 워쩐 일이여~~~~ 어여...어여 들어오덜 않구 뭐 하고 있는겨~~ 시방~~ "


"나야 뭐~~~ 그냥 뭐~~ 들른거지 뭐~~~ 저기 있자녀~~ 저기 풋고추 몇 개만 따와봐~~~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앞 텃밭을 가리키며 오른손은 기르고 있는 고추를 왼손은 슬며시 누런 막걸리 주전자를 내려놓고 있었다.

풋고추 ( Chat GPT )

" 그려?? 그려~~~ 그려~~~ 암만!!!! 따야지 따 풋고추가 지대루여~~~ 막걸리엔 풋고추가 왔다잖어~~~ 안 그려?? 하하하하하~~~"

을성은 빙긋이 웃으며 봉팔을 향해 안줏거리를 장만하고 있었다.


" 하이고~~~ 요즘 같아선 허리가 남아나질 못할 거 같어~~~ 100마지기는(충청도 기준 만평) 나이도 들고 힘들어서 못하것어~~~~~”
" 캬~~~~~~"

탁배기 한 사발을 들이키며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찌그러진 누런 양은 막걸리 잔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봉팔인 한숨을 쉬고 있었다.


" 아니~~ 이 사람이 속 디비지는 소릴 하고 있는겨? 배부른 소리는 하는 게 아니쟈녀? 안 그려?? "

을성인 봉팔을 향해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 언 넘(놈)은 밭이 읍어 소작질 하며 근근이 입에 풀칠만 허고 있는데~~~ 뭔 소리래? 안 그려~~?"

을성은 풋고추를 크게 한입 '아작아작' 씹으며 나름의 불편한 마음을 표하고 있었다.


" 아니여~~ 아니여~~~ 난 인자 좀 농사를 줄여야 될 거 같어~~~ 이래 일 하다가는 지 명에 못 살지 못살어~~~ 삭신이 쑤셔 못하것어~~~ 진짜여!! 거짓부렁 아니라니 그런데 얘는~~~"

봉팔은 먹다 남은 씨가 촘촘하게 박혀있는 고추를 시뻘건 고추장에 푹 찍어 한 잎 크게 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그려? 그러믄 팔면 되지~~ 뭔 그리 걱정이 많은겨? 안 그려? ~~~ "

잠깐 시간을 두며 을성은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갈밭 ( Chat GPT )

"근데 말이여~~ 그거 있자녀 좀 싸게 팔면 되자녀? 그렇다믄...... 있어보자~~~ 가만 있어보자~~~ 그려!!! 봉팔이 자네 남한테 팔지 말구 그쪽 밭은 자갈밭이라 뭐 비싸지도 않을 거니까.. 그럼 나한테 팔어? 워째 괜찮지 않은가?~~ 함 생각혀봐~~~ "

을성은 반은 봉팔을 생각하며 또 반은 을성의 가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소작농으로 살아온 집안을 어떻게 하든 살려보겠다는 을성의 생각이 실천을 앞둔 순간이었다.


" 그려?? 그럼 남한테 파느니 을성이 자네헌테 파는 게 나두 좋지~~~ 암만 그게 좋지~~~

값은 어째하면 쓰것는가? "

봉팔은 술기운이 돌았는지 혓바닥이 살짝 꼬인 상태로 을성이에게 매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었다.


" 뭐 자갈밭이고 허니까~~~ 1마지기당 (충청도 밭 기준 100평) 10만 원에 하자구~~~ 그 자갈밭에 뭐 농사도 잘 안 되것지~~~ 안 그런가~~~ 봉팔이?"

을성은 봉팔이를 생각해 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소작농에서 자작농으로 가는 분기점에 있어 을성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 그렇긴 그렇지~~~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워뗘? 나두 농사는 짓기는 해야 되니까... 50마지기는 내가 농사짓고... 50마지기는 을성이 자네가 하는겨...워뗘? 괜찮지 않은가? "

봉팔의 제안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을성이었다.


" 가만 좀 생각 좀 해 보구~~~"

을성은 잠깐 뜸을 들이다.


" 그려? 까지것~~~ 뭐 친구 도와주는 셈 치구~~~ 1마지기당 10만 원씩 50 마지기면 500만 원이네~~ 내 낼까정 준비해서 낼 이짝서 계약서 쓰지 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구~~~ 내일 하지 뭐... 알았는가 봉팔이?"

을성은 선심이라도 쓰는 양 봉팔에게 제안을 하고 있었다.


" 그려? 그러지 뭐~~~ 을성이 자네가 그래 한다면 그래 해야지 뭐~~~ 그래두 친구니까 이래 하는겨~~~ "

봉팔인 을성의 제안에 선뜻 오케이 싸인을 구두상 약속하고 있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5일 오전 01_22_59 - 복사본.png 봉팔과 을성 ( Chat GPT )


탁배기 몇 병을 들이켜고 어깨동무를 한 두 친구 봉팔과 을성인 '홍도야 울지 마라'를 같이 부르며 끓어오르는 흥을 주체할 수 없었다.



SharedScreenshot.jpg 농협 마크

" 용식이 있는가??~~~ "

읍내 농협 산업계장을 하고 있는 친구 용식을 찾는 이는 을성이었다.


" 어이구~~~ 을성이 자네가 어쭨일이여?? "

한창 바쁜 시기인 농번기인 지금 그것도 대낮에 농협을 찾는 을성을 향해 용식은 묻고 있었다.


" 이~~(어~~)~~ 기냥 함 친구 얼굴 볼라구 왔지~~~ 뭔 이유가 있어야 오는감??~~ 안 그려?~~~ "

찐 충청도 인(人)인 을성은 특유의 충청도 방언으로 말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 그려?? 그럼 잠깐만 기둘려 봐 봐~~~ 이 서류만 정리허구 갈 테니까~~~ 저기 좀 앉어 있어봐 봐~~~ 잠깐이면 되여~~~"

용식인 업무 중인 서류를 넘기며 잠깐 기다릴 것을 친구인 을성에게 말하고 있었다.


" 이(어)~~ 공적인 일이 먼저구먼~~~ 암만 나 신경 쓰지 말구~~~ 끝나믄 와도 되는거여~~ 시간이 뭐 좀먹는감?~~~ 흐흐흐 안 그려?? 근데~~ 농협은 조합원이 왔는데 커피도 한잔 없는 가 보네~~~ 저기 차부 다방을 가봐야 되나 워째야 되나~~~ "
다운로드 (2).jpg 커피 한잔


" 허허허~~~ 알았어~~~ 알았다구~~~ 흐흐흐~~ 그 성격 어디 가것어~~~ 그래 간다 가 지금~~ 으이구 하하하~~~ "

용식은 을성이 입에서 다방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업무를 멈추고 을성이에게 자판기 커피를 들고 다가가고 있었다.


" 그랴~~ 용건이 뭐여?? "

용식은 여느 친구들과는 달리 서울서 초등(국민) 학교 때 전학을 온 터라 말투는 충청도 말투로 바뀌었지만 성격만큼은 서울깍쟁이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 야가~~ 야가~~ 뭔 성격이 이리 급하데~~~에~~~ 에.... 그게..... 그게 말이여~~~ 에이~~~ 커피 한잔 허구 찬찬히 얘기하지 뭐~~~~"

을성은 심중( 心中)에 있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애꿎은 커피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 으이구~~~ 으이구~~~ 내가 답답허다 답답혀~~~~ "

용식은 친구 을성의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표하고 있었다.


" 실은 말이여~~~ 그게 말이여~~~ 너두 잘 알자너 봉팔이~~~ "

이제야 봉팔이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 그려~~ 봉팔이가 뭐??~~뭐?? "

용식은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 또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엉뚱한 일을 하지는 않았나 불안함이 엄습하고 있었다.


" 또 뭐여??? 막걸리가 뭐 워쨌다는 거여??? "

봉팔과 을성이를 너무도 잘 아는 용식은 이 엉뚱한 친구들 뒤처리를 해 준 일이 너무도 많아 오늘도 엉뚱한 이야기가 나올까 심히 불안에 떨고 있었다.


" 아니여~~~ 아니여~~~ 오늘은 그게 아니구먼~~~ "

을성인 평소 상황과는 다르다고 용식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 어?? 뭐?? 그럼 뭐여?? 사고 친거 아니믄~~~ 뭐 다른게 있남??"

용식이 다시 묻고 있었다.


" 그게 말이여~~~ 어제 봉팔이랑 막걸리 한잔 하믄서... 봉팔이 지가 힘들어 농사를 줄인다고 혀서... 반으로 줄인다나 워쨌다나~~~~ "


" 백 마지기 밭을 오십 마지기를 내 논다 혀서~~ 너두 잘 알자녀~~~ 하이고~~~ 그 자갈밭 자갈밭 잔 돌맹이 디따 많은 그 자갈밭 말이여~~~ 그짝 반을 내 논다 혀서~~~~ "

을성은 서서히 본론을 말하고 있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5일 오전 01_30_17 - 복사본.png 설마 하는 눈빛으로 을성을 바라보는 용식이 ( Chat GPT )

" 그려서?? "

용식은 설마 하는 눈빛으로 을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 하도 농사가 힘들다 혀서~~~~ 내논다 혀서~~~ 그거 내가 오십 마지기 받기로 혔어~~~ 흐음~~~"

을성은 힘들게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 그럼 을성이 자네 돈은 있는겨?~~~ "

을성이 집안 사정을 뻔히 알고 있는 용식은 을성이가 무슨 말을 이어나갈지 정답을 알아낸 듯 을성에게 되묻고 있었다.


" 이~~~(어~~) 그려서 잠깐 용식이 자네 얼굴 보러 온 거여~~~ 대출이 좀 안 될까 허구~~~ "

을성은 알고 있었다 대출을 위해선 담보로 잡을 건물이나 땅이 있어야 되지만 을성은 소작농에 집도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겨우 벗어난 상태였다. 작년 마을 정비사업으로 겨우 초가집에서 슬레이트 지붕으로 교체한 상태였다. 식구는 흥부 마냥 아들, 딸 합해 다섯을 두고 집사람과 을성이를 더하면 일곱이 방 한 칸에서 살고 있던 터라 대출의 대자도 꺼내지 못할 형편이었다.


" 으이구~~~` 친구 사정 봐준다구 그 자갈밭 산다는 넘 (을성)도 미친넘이구~~~~ 친구 사정 뻔히 알며 그걸 넘긴다는 넘( 봉팔)도 미친넘이여~~~ 이거 이거 이거~~~ 쌍으로 미쳐가지구서리~~~으이구~ 으이구~~~~ 내 팔자야!!!!"

용식인 잠깐 안심하고 내려놓았던 마음을 다시 다잡기 시작하였다.


" 안돼!!!~~~ 안돼!!!~~~ 이건 안 될 말이여~~~ 농협 대출 이자가 얼만 줄 모르는겨??? 내가 농협에 다니구 있어두 웬만허믄 가까운 친구나 친척은 대출 허지 말라 하쟈너~~~ 을성이두 잘 알자너?? 내 성격?? 으잉?? "

용식은 친구들에게 수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득하는 친구로 어릴 적부터 유명한 친구였다.


" 암만~~ 잘 알구 말구지~~~~ 왜 내가 그걸 모르나?? 그래두 딱허잖여 봉팔이가.... 안 그려 용식아? 좀 대출 좀 허게 니가 힘 좀 써줘... 친구 좋다는 게 뭐여?? 안 그려?? ... 응??"

을성인 친구인 용식이에게 봉팔이도 좀 살려달라며 떼 아닌 떼를 쓰고 있었다.


" 으이구~~으이구 내 팔자야~~~~ 너 나중에 대출이자하고 많이 나온다고 나 원망 말어~~~

점심까지 인감도장하구 갖구와... 다른 건 내가 준비해 둘 거니까~~~. 근데 너 이거 미친 짓 이란 거는

알아야 된다... 내가 말려두 안되니까 해주는 거니까 그래 알어~~~"

용식인 어쩔 수 없이 연대 보증과 함께 대출을 해 주기로 약속을 하고 있었다


ChatGPT Image 2025년 11월 15일 오전 01_40_02.png

그날 오후 모든 서류절차는 마쳐졌고 을성이는 누런 종이 봉투에 현금 오백만원과 돼지고기 두 근과 막걸리 한 말을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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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 막걸리 한잔 II 가 연재 되겠습니다. 기대해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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