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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함이 반가운 오늘

by 강혜진

미루고 미루던 일.

그런데 어제도 대책없이 달게 잤다.


마감에 쫓기며

나에게 두 가지 능력이 생겼는데

하나는 일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의 실력을 과대 평가해

불안, 초조해 하지도 않는다는 것.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일까?

충분히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불안과 강박이 사라지고

먹고 놀고 잠자는 원초적 본능을

마음껏 충족시키며 사는 내가 아니던가.


그런데

마감 직전에 일거리를 쌓아놓고도

잠을 잘 자다니...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법.

강박 덩어리이던 내가 이렇게 천하태평이

될 줄이야.


그런데 이런 변화 참 반갑다.

어차피 해결하지도 못할 일이라면

그냥 잊고 푹 잘 수 있는 성격이

부러워 보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니.


세상사 별 것 없고

지나고 나면 다 해결될텐데

아등바등 이고 지고 살던

나의 이십 대, 삼십 대가

되돌아보니 참 아련하고 가여웠구나.


오늘이 지나면

홀가분하게 내일을 즐길 수 있겠지!

일단 마무리 하러 가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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