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자와의 술 약속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by 강혜진

새벽에 강아지와 산책하며
제자들과 소통하려고
2019년에 만들었던 밴드에 글을 올렸다.

그해에 6학년이었던 제자들이

오늘 수능을 쳤다.
수능 잘 치라는 멘트.

짧은 글을 쓰며

10명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썼다.

그 해 우리 반은 딱 남학생 5, 여학생 5명이었다.
갑자기 터진 코로나 사태로
졸업식을 축소해서 치르고
마스크를 쓴 채 작별을 했었다.

2019년에 6학년이던 제자들이
벌써 고3. 수능을 치다니.

수능 치는 날이라 우리 학교는
재량휴업일이다.
교육 단지 안에 위치한 학교,
바로 이웃 학교에 수능 고사장이 있어
어제부터 종소리 나지 않게
학교 안팎의 시종을 모두 OFF 했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길,
수험생 몇 명이 수험장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고사장 앞에 따라와 기다리는
학부모도, 꽹과리 치며 응원하는 후배들도 없다.
요즘은 이런가 보다.

오후에 퇴근해 쉬고 있는데
수능 친 제자에게 톡이 와 있다.

수능치고 성인이 되면
술을 사준다고 했던 6년 전 약속을
잊지 않았다.


매해 많은 아이들을 만나지만

특별히 애정이 가서

더 많이 혼을 내고 더 많이 잔소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2019년에 만났던 이 아이들이랑은

좀 각별했다.

마음 가는 아이들이 많았고

엄마의 마음으로 잔소리를 했었다.

부모님들과도 소통을 자주 했고

문득문득 자주 떠오르던 아이들이다.

그래서 오늘 새벽엔

그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을 보태 기도했다.

아는 것만 나와라.

모르는 건 잘 찍고

찍은 건 다 맞아라!


아침 일찍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괜히 응원하고 싶고

마음이 짠했던 건

그때 그 제자들이 생각나서였다.


두 달 후, 아이들이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적금을 깨서 맛있는 고기를 굽고
좋은 술을 사줘야겠다!


수능 치느라 고생한 대한민국 수험생 여러분,
모두 푹 쉬시고
원하는 성적 받아서 원하는 대학에
철썩 붙기를 기원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