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자고!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부합된 결과를 만들어 낼 자신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미루는 사람이다.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클수록 미루고, 미룬 만큼 나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자책할 때가 많다. 완벽하고 싶어서 완벽을 추구할 때 생기는 악순환에 빠져 사는 게 나다.
일이 끝나고 만족하기보단 아쉬워할 때가 많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야만 일을 시작하려 하며 (그러다 시작도 못한 경우도 허다함)
마감 직전까지 일을 미루다 벼락치기를 하고
일을 미루는 나를 게으르다고 비난하며 불안과 스트레스에 빠져 있다.
쉴 때조차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불안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 필사한 문장은 나에게 완벽하기 위한 준비에 대해 알려준다.
You’re never ready for what you have to do. You just do it. That makes you ready.
“해야 할 일 앞에서는 누구도 준비되지 않는다. 그냥 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을 준비되게 만든다.”
-Flora Theta Schreiber
시작하려면 전단계가 요란하다.
일하기 전 다른 건 다 끝내놔야 한다.
집도 깨끗해야 하고 책상 정리도 완료된 후여야 한다.
집중하고 몰입해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그 중요한 일 외에 다른 일을 후다닥 먼저 끝내버린다.
그래서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바쁜 일이 여럿 겹칠 때 나는 일의 효율이 오른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조금 덜 중요한 일들은 망설임 없이 해치워버린다. 딱 그 일 하나만 제외하곤 일사천리다.
청소를 목표로 했다면 미루고 미루다 겨우 청소를 해 놓고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때가 많은데 원고 마감을 준비하면서는 원고 집필 전에 집 청소를 아주 별것 아닌 것처럼 후다닥해 버리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나는 준비에 능하고 시작이 더디다.
그런데 그게 다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래서 이제 자꾸만 미루게 되는 그 일을 목표가 아니라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해 보려 한다.
바보 같은 이야기지만 ‘레드 썬!’ 마치 최면을 걸 듯이, 이거 끝내놓고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얼른 끝내놔. 준비 완료해야지! 하는 느낌으로 여겨 보려 한다.
무엇을 위한 준비과정?
모든 일을 다 끝내놓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준비 과정!
자! 오늘은 아침에 필사도, 발행도 완료! 종일 편안한 마음으로 푹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