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일기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면서

by 강혜진

2학기에 학급이 늘면서 체육수업을 주당 21시간 하게 되었다.

교무부장하면 15시간 정도만 수업을 주는데 21시간을 하니, 그것도 체육을 하니 체력이 달린다.


지난 금요일에는 세 분 선생님이 갑자기 학교에 못 올 일이 생겨서 아침 일찍 급히 보결 스케줄을 짜서 넣었는데 선생님들이 쉬고 싶고 다른 수업을 들어가기 싫어해서 나는 가능하면 내가 수업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날 X학년 X반에 외부강사 수업이 1234교시 다 있어서 4교시 체육 수업을 못 할 상황이었다. X학년 X반 선생님이 평소에 보결 들어가기 싫어하시길래, 나이스에서 체육 수업을 담임 수업으로 시간표를 바꿔놓고 나는 다른 반 보결을 들어갔다. 어차피 X학년 X반 선생님도 외부강사가 들어와서 수업하는 시간이니까 부담이 없으셨을 테다.

나는 그날 체육 3시간, 보결 3시간 수업을 하고 진이 다 빠져서 교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수업 다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X학년 X반 선생님과 오늘 못한 수업은 보충 말이 오고 갔다.

웬만하면 체육관 스케줄이 다 차 있어서 운동장에서 수업하거나 교실에서 수업하거나 아니면 월요일, 화요일 6교시에 수업을 해야 하는데 화요일엔 회의가 있고 월요일 6교시만 체육관이 딱 비어있었다. 사정이 이렇다고 말하면 아~ 그래요. 그럼 이번에는 수업 그냥 넘어갑시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럼 월요일 6교시에 수업을 해달라 하신다.

월요일엔 X학년 X반 체육 수업이 이미 한 시간 있는데 6교시에 한 시간 더 해달라는 거다. 그럼 나는 월요일에도 6시간 풀로 수업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한 시간 쉬게 해 달라고 당당하게 말도 못 해놓고 섭섭한 마음이 나온다.

그런데 성과금 기준표를 보면서 X학년 X반 선생님이 아이들 생활지도하기 힘든 자기 학년에 가산점이 적다고 섭섭해하신다.

자기는 XXXX 업무 담당이라 주당 5시간씩 다른 강사님께서 수업을 해 주시는데,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수업을 제일 적게 하시면서 평가 등급이 낮을까 봐 걱정을 하신다.


아! 얄밉다.

자기 편한 것만 챙기고 자기 이득만 따지는 X학년 X반 선생님이 슬슬 비호감으로 바뀌고 이기적인 생각이 슬며시 생겨난다.


아! 경계다!


혜진이의 마음은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X학년 X반 선생님 말과 행동을 보고 요란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아! 내가 내 마음을 놓쳤구나.

선생님, 제가 이번 주엔 수업을 총 25시간이나 해서 너무 힘든데 한 시간만 빼 주시면 안 돼요?

당당하게 말도 한 마디 못해놓고 괜히 심술 나는구나.

수업 많이 하기는 싫고 돈도 챙기고 편안함만 찾는 그 선생님이 밉구나.


그런데 혜진아! 나는 안 그러나?

나도 기회 되면 남들보다 돈은 많이 받고 싶고 편하게 지내고 싶지.

사람 맘이 다 그러한 것을.

배려하는 게 좋은 거, 제 것 챙기는 건 이기적인 거라 분별하고 있구나.

나도 때때로 그러면서... 아니, 소심해서 말로 표현만 못 하지 속으론 똑같이 굴면서...


다음에는 내 마음 먼저 챙겨야지. 힘들어요, 하기 싫어요 하는 내 마음.

구걸도 해 보고 모르는 척도 해 보고 내 거도 챙겨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때가 되면 너른 마음으로 그를 이해해 봐야지 하는 다짐이 또 나온다.

좋은 사람 되고 싶은 나.


다음에는 진짜로 무시하고 못해요. 해봐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실행력 높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