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코트를 미니 코트 4개로 나눠서 24명 아이들을 한 팀에 3~4명씩 짜고 배구 연습을 하라고 했다.
다 같이 두 팀으로 내가 심판 보면서 하면 애들이 쭈뼛거리면서 부담스러워해서 연습하는 시간엔 자유롭게 하라고 그렇게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연습 잘 하고 있나 둘러보다가 지난달에 전학 온 아이 하나가 체육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걸 보고 가서
“들어가서 게임해.” 하고 말했다.
평소에 까불던 놈이 오늘은
“안 하고 싶어요.” 한다.
그러면서 뒤돌아 앉는다.
뒤돌아 앉은 아이 모습이 슬퍼 보인다.
“너 요즘 좀 힘들어 보인다.”
하니까 요놈이 갑자기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바닥에 드러누워 떼굴떼굴 구르면서
“안 힘들어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심상치 않아서 이야기 좀 해 보려고
“여기 앉아 봐.”
하니까 뒤로 돌아앉아서 절대로 얼굴을 안 보여주려고 하는데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흐른다.
앉아 보라고 하니까 더 이상하게 행동한다.
“괜찮아요. 안 힘들어요. 하나도 힘든 거 없어요.”
“그래? 근데 왜 나는 네가 힘들어 보이지? 전학 와서 적응하기 힘들잖아.”
하니까
“네. 친구들이 씨발 좆같아요.”
한다.
아! 되게 힘들어 보이던 그 아이가 울면서도 괜찮다고 하던 그 아이가 쌍욕을 하니까 내 속이 다 시원한데... 근데 내가 이 아이 마음이라도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는 계속 바닥을 뒹구는데 나 혼자 아이를 보고 우두커니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
“힘들면 울어도 된다. 화나면 욕할 수도 있지. 너는 힘든데도 계속 괜찮은 척 웃고 장난치니까 애들이 너보고 계속 눈치 없다고 하잖아. 겉과 속이 다르면 눈치 없는 것처럼 보이고 이상하지 않겠어? 나 같아도 이상한 애 같아서 친해지기 어렵겠다.”
하네까 아예 바닥으로 누워서 펑펑 운다.
아이고...
점심시간이 되어서 급식소 바로 위에 있는 체육관에 담임 선생님이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 아이랑 계속 대화를 했다.
“앞으로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지 말고 니 마음에 어울리게 행동해. 그래도 돼. 잘 모르겠으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해 봐. 네가 너를 사랑하면 어떻게 행동할지 먼저 생각해 보고. 네 마음 무시하지 말고 네 마음부터 잘 챙겨 줘.”
그랬더니 아이가 엉엉 울면서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요.”
한다.
“엄마, 아빠가 사랑하시지 않을까?”
하니
“우리 엄마, 아빠는 저 안 사랑해요.”
하면서 운다.
이 아이 부모님 두 분이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지난번에 애가 아프다고 연락을 하니 엄마가 꾀병 아니냐고 하면서 집에 와봤자 아무도 없으니 점심 먹여서 집에 보내라 했다던 게 기억났다.
전학 올 때도 어른 한 명 없이 아이만 서류 들고 학교 왔던 게 기억났다.
“그럼 선생님께서 너 사랑하는 사람 해 줄게. 힘들면 체육관에 와라.” 하고 이야기해 주었다.
힘든데 안 힘든 척했던 사람은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해줬다.
나는 네가 힘든 게 뻔히 보인다고 하면서.
힘든데 아닌 척 일부러 웃고 장난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가는 이 아이가 참 마음이 쓰인다.
담임 선생님이 걱정하길래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했더니 나보고 신기하다고 한다. 그런 애들이 어떻게 보여요? 한다.
나도 모르겠다만 느낌이 싸하게 온다.
모르는 척을 못하겠다.
오늘은 그래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